대구지역에서 문화운동을 하다 역마살이 끼어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정문태 기자는 ‘국제정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 대한 질문에 “전 세계 전쟁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것만 이해하면 “바로 답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미국은 군산복합체 국가로 전쟁을 하지 않으면 굴러갈 수 없는 산업구조가 되어 있어 지구촌 곳곳에 전쟁을 파는 장사꾼들이 많죠. 그런 장똘뱅이들의 장난질에 놀아난 정치인들이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을 명쾌하게 정리한 말로 이해합니다. 물론 기독교근본주의자들의 맹신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전쟁으로 인한 돈벌이가 핵심이죠.
▲ ‘황금알 낳는 민자사업’인 앞산순환도로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벌목 작업을 밀어 붙이자 주민들이 맨몸으로 저지하고 있다.
한반도의 남녘땅에는 자본과 민중들의 치열한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져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리 인류 역사가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하지만 상식 이하의 피 터지는 불법이 난무하고 있으니 더 갑갑한 노릇이지요. 노동과 자본의 투쟁이 아닌 지역 민중들과 자본의 싸움의 배후에는 ‘건설자본이 있다’는 것만 알면 지역분쟁에 대한 답이 바로 보인다고 저는 감히 말합니다. 그 단적인 예가 1월 20일 서울 용산에서 특수 임무부대인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사람을 죽인 ‘경찰에 의한 살인 사건’임을 많은 사람들이 압니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 오래도록 세입자인 상인들을 괴롭힌 용역깡패들은 삼성ㆍ대림ㆍ포스코건설 같은 거대 건설자본의 졸개로 시키는 대로 하고 돈 좀 챙겼을 뿐이라는 증거가 한겨레신문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박정희 개발독재 시절부터 시작되었으나 ‘특수부대 투입’과 같은 노골적인 폭압은 건설자본의 힘이 얼마나 더 커졌는가를 보여줍니다. 거대한 건설자본의 위세에 국가 권력이 알아서 긴 단적인 사례라고 봅니다. 작전의 최종 승인자인 김석기와 가는 곳 마다 경찰특공대 병력을 투입한 백동산 용산서장은 그 자리에서 과잉충성을 한 똘마니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장의 책임자요 최종 책임자이니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공무원의 직권남용’을 넘어선 경찰력에 의한 집단살인이니 당연한 조치라 봅니다.
서울 용산의 살인진압이 없었다면 달비골에서 ‘나무 위 농성’을 하면서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한 앞산터널 저지에 경찰이나 공안기관이 어떻게 알아서 기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더구나 ‘황금알 낳는 사업’인 민자사업은 엄밀히 말해 대구시가 아닌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정치자금과 얽혀 있는 것이기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분명히 저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한 겨울에 ‘나무 위 농성’을 한다고 하자 모 기관에 근무하는 지인이 ‘몸 조심하라’고 하기에 ‘국립기도원 갈 각오하고 올라갔다’고 했더니 ‘가는 게 문제가 아니니 조심하라’는 말을 다시 하더군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걱정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용산 사건 이후 대응 방식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정보망 속에 우리들의 모든 게 드러나 있었지만 앞산꼭지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지지 않은 건설자본에 대항해서 모든 부분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싸웠으니 놀랐을 겁니다. 작년 11월 ‘나무 위 농성’을 시작한다는 소문은 대구지역에서 자자했으니 정보기관은 여러 경로틑 통해 이미 다 알고 동태만 파악하고 있었으나 그 시기는 보안 유지를 잘 한 덕에 들통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산꼭지들의 투쟁 역량은 과연 어디까지였는가를 냉철히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성과와 한계를 기록으로 남길 때 새로운 싸움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도 한국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역 분쟁의 배후에는 건설자본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기다리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무리하게 불법 공사를 강행하는 앞산터널 공사 역시 돈 벌이에 혈안이 된 태영건설을 비롯한 건설자본이 도사리고 있음을 묻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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