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초등생 엉덩이 80대 때린 교사 징역형 선고

녹색세상 2009. 4. 23. 21:59

인천지법 ‘시대에 따라 체벌 관점도 변해야’


거짓말을 하거나 숙제를 안 해 온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 두 명을 막대기로 수십 차례씩 때린 교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권성수 판사는 23일 초등학생에게 지나친 체벌을 가해 전치 2∼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로 불구속 기소된 인천 모 초등교 교사 A(29.여)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체벌로 고교생을 수백 대 때린 교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적은 있지만 초등학생을 때린 교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다. 권 판사는 당초 약식기소 된 A씨를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2학년생을 과잉 체벌해 해임됐던 인천 OO초등학교 안 아무개 교사의 복직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2월 18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소청심사위의 징계경감 결정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0 


권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칙적으로 학생에 대한 체벌은 금지돼 있고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며 “A교사는 다른 교육적 수단이 없지 않았는데도 체벌을 가했고 그 방법과 정도도 지나쳤다.”고 유죄 판단의 이유를 밝혔다. 권 판사는 또 “자기 행동의 책임을 알기에는 어린 아이들에게 과다한 횟수의 체벌을 하는 것은 아이들을 쉽게 통제하려는 것에 불과하고 사랑과 관심이 부족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어린 학생들의 상처는 전치 2~3주 정도지만 지금도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고 체벌을 지켜본 다른 아이들에게도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었다. 게다가 피고인 측은 지금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치료비와 위자료를 공탁했고 피고인에게 돌봐야 할 갓난아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은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재판 후 “교권이라고 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면 엄벌해야 하며, 시대적 변화에 따라 체벌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 A씨는 지난해 10월 담임을 맡은 교실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보던 도중 B(당시 8세)군이 예상되는 답을 미리 연필로 흐리게 써놓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분필 굵기에 50㎝ 길이의 막대기로 엉덩이를 80대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또 8일 후에는 숙제를 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C(당시 8세)양의 엉덩이를 막대기로 27대 때려 전치 3주 상처를 입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해임된 뒤 소청심사를 청구해 정직 3개월로 감경 받았지만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받으면 교직을 떠나야 한다.’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 학교를 그만둬야 할 처지가 됐다. 이제 교사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을 사법부가 확인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사랑의 매’란 애당초 없듯이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은 영원히 추방시키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징역형으로 처벌받아 마땅하다. (연합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