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누가 체벌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정당화 하는가?

녹색세상 2009. 4. 13. 10:00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교사의 체벌은 필요하다’며 우기고 있습니다. 이런 말은 정말 무섭고 위험하기 그지없는 주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의 변화를 거부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지요. 교육의 가장 중요한 지향점은 올바른 인간입니다. 그 바른 인간을 기르기 위해 체벌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결국 폭력을 가르치는 것이 되고 맙니다. 체벌과 폭력은 구분이 되지 않을뿐더러 체벌을 하는 행위는 범죄행위로 간주해야 마땅합니다. UN의 아동권리협약의 통계를 보면 학교나 가정에서 조차 법적으로 체벌이 금지된 나라는 16개국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 140여 개 국이 학교에서 체벌이 공식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다만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의 선진 주도국을 제외한 상당수 아시아 국가가 아직도 체벌을 공식 인정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는 아동학대국의 오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한국은 아직도 공적인 곳에서 체벌을 인정하고 있을까요? 심지어 공공방송에서조차 체벌이 마치 필요하고 긍정적인 교육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일부 교사의 말이 방송되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정말 어이없고 한심한 작태라 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공영 방송에서 체벌이 마치 아동에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교사의 멘트가 나오는 현실에서 우리의 교육이 매우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선진국 대부분은 방송에서 체벌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인간쓰레기로 취급받거나 아동학대혐의자로 인식되어 사회적으로 매장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교육적인 체벌은 괜찮다는 논리가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체벌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가까이 해왔으며, 그 정당성을 채우는 논리에 세뇌되어 왔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 많은 서글픔을 느끼게 됩니다.


‘사랑의 매’란 그럴듯한 포장 역시 강자 혹은 어른의 폭력을 ‘사랑의 벌’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일 뿐입니다. 사랑의 매는 세상에 어디에도 없습니다. 변태가 아니라면 아픔을 느끼고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내가 삐뚤게 나갈 때 선생님이 체벌을 하여 지금의 내가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교사의 보살핌과 관심 때문에 지금이 있는 것이지 체벌 때문은 아닙니다. 이것 역시 강자의 체벌론 그리고 강자의 힘의 논리에 세뇌되어 혼동이 발생한 것이지요.

 

폭력은 안 되지만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체벌이 필요하다는 논리 역시 끊임없이 체벌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발악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사람을 때려도 괜찮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궤변에 불과합니다. 사람을 가볍게 때려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위반’으로 법적인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이고 교육입니다. 잘못했다고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것은 범죄행위로 간주되는 것이 바로 교육입니다. 한국은 교사가 학생 때려도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빠져나갑니다.

 

선배가 후배를 때려도 선배가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며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하죠. 누군가 폭력을 당했다면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져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먼저 잘못했다면 그 폭력의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이상한 사회분위기가 아직도 곳곳에 만연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사회가 어린 시절 체벌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폭력에 길들여진 결과의 후유증이 아닐까요? 어린 시절 학교에서 폭력을 배운 아이들은 폭력에 철저히 내재화 되어 있어 무엇이 폭력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군대에서도 사라진지 이미 오래인데 아직도 대학에서 신입생들을 상대로 휘두르는 집단 폭력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부작용의 뿌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 일 것입니다. 인간은 나이가 적든 많든 잘못했다는 이유로 때려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때리지 않고 얼마든지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 된지가 너무나 오래되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체벌이란 이름의 폭력은 새로운 폭력을 낳을 뿐만 아니라 어린 생명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고라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