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신해철과 머리 터지게 싸우는 송영선 의원에게

녹색세상 2009. 4. 21. 21:31
 

송영선 의원님,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요즘 가수 신해철과 싸우느라 마음고생이 많으시죠? 그것도 한참 나이 적은 젊은 사람과 말이죠. 이제 우리 나이로 쉰일곱이라 적지 않은 연세니 너무 흥분하거나 화가 치밀어 올라 건강 해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듣자하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경축 발언을 놓고 가수 신해철과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이 설전을 벌였는데 방송에서 신해철에게 “김정일 정권 하에 살아야 한다”고 말하자 송영선 의원을 향해 “아줌마 천황 밑으로 가지?”라며 독설을 퍼부었더군요. 

 

 

앞서 신해철은 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북한의 로켓의 발사에 성공했음을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한다”는 글을 올렸다고 하더군요. 이에 대한민국의 어지간한 남자보다 국토 수호의 의지가 높은 송 의원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20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북한 로켓 발사 성공을 경축하는 사람이라면 김정일 정권 하에 살아야 한다”며 신해철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요.

 

송 의원의 발언 이후 신해철은 21일 오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우끼는 아줌마…천황한테나 가라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반박했더구만요. 신해철은 송 의원에게 “관상 분위기가 버스 안에서 학생들한테 소리 지르면서 자리 내놓으라고 삽질하는 아줌마 분위기”라며, “내용도 별게 없어 나보고 북한으로 가라 김정일 밑으로 가라 뭐 이렇다”고 썼으니 젊은 놈이 너무 버르장머리 없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신해철은 “그 아줌마 자위대 앞에 가서 박수 치고 할 때 왜놈들 한테 고문당해서 대가 끊어진 우리 외증조부(오산 삼일 운동 주도로 독립투사 추증되셨다)님, 일제 시대 때 지주들 기득권 다 인정받던 시절 논밭 몽땅 팔아버리고 교육에 갖다 박으신 우리 증조부님 지하에서 통곡하셨다”며 “아줌마나 천황 밑으로 가지? 난 북조선은 꼭 가보고 싶지만 ‘김정일 장군’ 밑으로 갈 생각 없거든)”이라고 덧붙였으니 더 화가 치밀어 심기가 매우 불편하셨을 줄 압니다. 

 

 

저도 신해철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자신이 알아서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만 진다면 존중해야 한다’고 보기에 어지간하면 존중하려고 합니다. “국가 이익을 위해 이라크 파병을 해야 한다.”고 강변하던 분이 어쩌려고 일본자위대 창립 기념식에 참석해 구설수에 오르내리는지 짧은 제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신해철이 조금 버릇없이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사실무근이 아님을 어지간한 네티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송영선 의원의 행보 역시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 무심코 있었는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문제로 불거져 버렸으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북한의 김정일 치하에서 살아가라면 도망갈 텐데 자유 발랄한 끼가 많은 신해철이 그런 곳에 가서 살리 만무한데 좀 너그러이 받아주지 못하고 한 마디 하고는 말로 되받고 말았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군요. 나이 쉰이 된 지금의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송영선이란 사람은 교생 실습와서 학생들이 떠든다고 바로 불러내 귀싸대기 쳐 바르던 모습과, 제가 경대사대부중3학년 재학 때 1학년 영어를 가르치면서 거의 폭력이 난무할 정도로 아이들 군기 잡던 모습뿐이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군요.


이제 아줌마가 아니라 손자 볼 연세가 되셨는데 말씀 좀 가려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모든 사람의 말을 다 듣는다는 이순이 가까워 오는데 그리 피 튀는 말만 해대서야 21세기의 정치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대구의 일류 여고를 졸업하고 국립사범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해 교사까지 하신 분이니 송 의원이 ‘배워먹지 못한 인간’이란 표현과는 거리 먼 사람임을 압니다.

 

5월 3째 주 일요일 경대사대부중 동문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하는데 안주꺼리로 송영선 의원의 이야기가 오르내리지 않을지 걱정이군요. 의정활동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원하지 싸움닭처럼 성질내는 장면은 사양하렵니다. 사람을 나이로 차별해서는 안 되지만 50대 중반을 넘긴 것은 분명하니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송영선이란 사람을 스승이라 부를 마음은 추호도 없는 대구 앞산을 아끼고 지키려는 경대사대부중 31회 졸업생입니다. 찾아봐도 최근 사진이 없어 낙선한 이방호씨와 같이 있는 것을 골라왔습니다. (사진: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