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용산참사 추모도 못하게 방해하는 경찰의 횡포를 규탄한다.

녹색세상 2009. 2. 17. 00:49
 

용산참사 범국민 대책위가 경찰을 상대로 전면적인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계속 되는 경찰의 추모대회 원천봉쇄로 제대로 추모대회를 열지 못하자 대책위가 강력한 선전포고를 한 셈입니다. 대책위는 16일 “18일 낮 12시까지 경찰이 청계광장을 봉쇄를 풀고 평화적인 추모대회가 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5차 추모대회(21일)를 평화로운 행사로 고집하지 않고 추모대회 없이 바로 행진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추모대회가 아예 거리행진으로 시작된다면 경찰과 참석자간의 심각한 물리적인 충돌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경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기는 지라 이번 주말 큰 불상사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지난 4번의 추모대회 중 3번째 대회 때부터 대회장소를 모두 경찰버스로 원천봉쇄하며 개최 자체를 막았습니다. 망인에 대한 추모 행사는 법의 저촉을 받지 않을 뿐더러 법 이전에 최소한의 상식이고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군사독재 정권도 함부로 하지 않았는데 이명박 정권의 경찰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를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책위가 준비한 무대차량은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 버렸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에 대해 슬퍼하지도 못하도록 하는 파렴치한 짓을 한 것이죠. 때문에 3회 대회는 청계광장이 아닌 근처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진행됐고, 4차 대회는 용산역 광장이 아닌 서울역 광장으로 급히 변경돼 열렸습니다. 이런 사태가 계속 벌어지자 결국 대책위는 정권의 주구인 경찰을 향해 사실상의 ‘전면선언’을 해버렸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추모대회는 엄연히 집시법상 불허의 대상이 아닙니다. 집시법 제15조에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冠婚喪祭)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는 집시법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추모대회는 일종의 의식에 해당되기 때문에 불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토박아 둔 것입니다. 그래서 작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범불교대회 등도 무사히 열릴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이와 전혀 다릅니다. 서울경찰청은 추모대회를 사실상 집회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추모대회라고는 하지만 경찰이 봤을 때 명백히 집회’라는 것이 얼토당토않은 경찰의 주장입니다. “불법집회로 변질되기 전에 사전 차단하는 것은 지나친 공권력 남용 아닌가?”라는 질문에 서울청은 “범죄가 일어나야만 범인을 검거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괴상하기 그지없는 논리로 또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경찰은 이전 추모대회에서 바로 불법 거리행진이 벌어진 것 때문에 추모대회 자체를 원천봉쇄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해 국민들이 추모할 권리마저 빼앗아 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누구나 범죄의 위험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오직 ‘이명박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죠. 대책위 쪽에선 “시민들의 자발적인 거리 점유를 어떻게 우리가 막느냐”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주최 쪽이 질서유지인을 두어 집회와 시위에 질서를 유지하게 할 책임이 있다”고 우깁니다. 하지만 집시법에 ‘질서 유지인을 두지 않았다고 해서 집회를 원천금지’ 시키는 법적 조항은 없고 다만 사후 해산 명령이 가능할 뿐 입니다.


이처럼 경찰이 추모대회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찰이 법적 근거를 대면서 추모대회를 막는다고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추모대회는 집시법의 규제 대상도 아니고, 또 ‘추모대회이니까 정치적 구호를 외치면 안 된다’는 집시법 상의 제한 조항도 전혀 없습니다. 경찰은 집회를 규제하기 위해 집시법의 조항을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고, 대책위는 어떻게든 추모집회를 하기 위해 집시법의 조항을 폭 넓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집시법은 제 1조에서 이렇게 그 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적법한 집회(集會) 및 시위(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집회와 시위를 규제하기 위해 집시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보장하고 사회 공공질서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집시법의 취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경찰이 추모대회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추모할 마음조차 빼앗아 버리는 반인륜적인 짓거리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슬퍼하는 것 조차 방해하는 파렴치한 정권과 주구들에게는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몰아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학살정권을 향한 우리들의 분노 수준을 높이는 것 만이 국민들이 사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