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앞산터널 취재를 하다 사진에 포착된 KBS기자 ^^

녹색세상 2009. 2. 11. 12:46
 

부쩍 잦아진 새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출근 길 아스팔트 왕국의 딱정벌레 소리는 여전히 요란해 귀를 따갑게 하며 사람을 괴롭힙니다. 특히 요란스레 서로 경쟁을 해대는 견인차와 소음기를 제거한 소음 폭주족들이 조용히 있으려하는 사람을 열 받게 하죠. 어제 오전 갑자가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나가 떨어려 구르는 소리가 들려 나가봤더니 자동차 접촉사고더군요. 뒤에서 박은 차는 범퍼가 떨어져 뒹굴 정도로 파손되었으나 피해 차량인 앞차는 새 차라 그런지 육안으로 봐서 큰 피해는 없어 보였습니다. 보통 사고가 나면 고성이 오가고 난리를 떠는데 피해자가 차분하게 대처하는 걸 보니 그야말로 ‘보통이 넘는 선수’인 것 같습니다.

 

 

살짝만 부딪쳐도 ‘내 목이 아픈데’라면서 엄살을 부리는 게 흔히 보는 광경인데 피해자가 조용하게 대처하는 건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표시기도 합니다.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덜 떨어진 인간들이 고함부터 질러대죠. 먼저 사고 접수를 하고 ‘보험처리’에 합의를 했는지 조용히 정리하는 걸 보면서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역시 세상은 우직한 소의 걸음처럼 더디 가더라도 뒤로 물러나지 않고 발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문자를 쓴다면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이라고나 할까요.


오후에 운동을 하러 천막 밖으로 나갔더니 웬 방송 카메라가 보여 특유의 큰 목소리로 ‘누구이기에 말없이 찍느냐’고 했더니 촬영기자와 보조자가 당황해 하더군요. 이무용 꼭지가 ‘KBS에서 취재하러 왔다’기에 “연세 많은 부모님들이 계시니 찍되 얼굴은 처리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굳이 얼굴 나가는 걸 피할 이유는 없지만 추운 겨울을 나무 위에서 자식이 보낸 줄 알면 효도는 고사하고 걱정꺼리만 잔뜩 안겨주는지라 당분간 거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님들이야 알아도 넘어가겠지만 ‘해린이 애비 방송에 나왔더라’며 전화질 해대는 사람들 등쌀 때문에 시달리시니 자식으로서 고심하지 않을 수 없지요.


호주제폐지 운동에 아이들과 같이 나설 때 몇 번 녹화를 했더니 “무슨 좋은 일이라고 방송에 나가서 떠드느냐”며 별난 자식 때문에 속 상해 하시던 어머니 얼굴이 떠  오릅니다. 저야 확신을 갖고 하는 일이지만 부모님들을 시달리게 할 수는 없어 가능하면 피하고 싶습니다. 두 어 시간 찍어도 많아야 20초 내로 나오는 걸 알기에 괜찮은 장면을 찾아 고심하는 것 같아 “장미아파트 위에서 농성장을 찍으면 그림 잘 나온다. 한겨레신문 사진부 기자도 그렇게 했다”고 했더니 좋아하더군요. 딱 깨 놓고 말하면 ‘나무 위 농성’을 시작한지 60여 일이 되어서야 반짝 취재를 하러 오는 저들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초봄 날씨처럼 계속 따뜻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음 주부터 추위가 온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왕 추울 거면 강추위가 한 번 몰아치고 나서 더 이상의 꽃샘추위는 없었으면 하는데 우리 마음대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달비골의 봄소식에 앞산의 겨울은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오는 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게 자연의 순리요 법칙임을 우린 잘 압니다. 막으려 발악하는 무리들이 어리석을 뿐이죠. 21세기를 살면서도 개발독재 시대의 낡아 빠진 머리로 가득한 인간들이라 이런 순리조차 알려하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2009년 2월 11일 ‘나무 위 농성’ 60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