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용산 살인진압 ‘경찰의 잘못없다’는 검찰 발표는 2차 살인

녹색세상 2009. 2. 10. 17:47
 

검찰은 정답을 내 놓고 수학문제 푼 것과 마찬가지


서울 용산 세입자들에 대한 경찰의 살인진압 검찰의 수사 결과는 몇 차례 미룬 끝에 발표했으나 역시 ‘권력의 주구’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수학 문제의 답을 내 놓고 문제를 푼 것과 전혀 다를 바 없어 국민들이 받아야 할 ‘국가의 보호에 대한 권리’를 사정없이 빼앗아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잔인하기 그지없는 아주 파렴치한 짓을 검찰이 국민들을 향해 자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이 6명이나 죽었는데 죽인 무리들에게 책임을 면해 주고, 오히려 ‘자살한 것’으로 몰아간 검찰의 처신은 ‘이명박 정권의 사냥개’임을 과감히 자청하고 나선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검찰의 용산참사 왜곡 수사에 대한 항의 기자 회견을 하는 유가족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화 대표자들(사진: 참세상)

 

어느 인터넷신문은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이 수사하고, 검찰이 발표만 한 것’이라며 비난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검찰로부터 면죄부를 손에 움켜쥐자마자 용산 살인진압의 실질적인 최종 책임자인 김석기는, 2월 10일 11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연기를 해 졸지에 참혹하게 가족을 잃고 비통에 처한 유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잘못이 없는데 왜 무슨 도의적인 책임을 진다는 말인지 김석기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 촛불집회 이후 경찰은 ‘권력의 사냥개’라는 유전자가 그대로 살아나 국민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만행을 서슴지 않다가 결국 죽이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그들은 평범하게 식당을 운영하거나 생맥주집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온 우리 이웃들입니다. 강제철거만 일어나지 않았어도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아갈 정도의 밥벌이는 했던, 남들로부터 ‘사장’이란 소리 들으면서 산 소시민들이었습니다. 수십 년을 그 곳에서 정 붙이고 살아오면서 자식 키우고 공부시킨 우리들의 이웃인 아저씨요 아주머니들이지 결코 ‘도심의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경제를 살린다’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찍은 그들이지만 ‘이명박을 찍은 내 손목을 자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배신감과 분노에 가득 차 있습니다. 용역 깡패들에게 칠순의 노인이 며느리 앞에서 급소를 걷어차이는 수모를 당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건만, 아무리 불러도 그들은 오지 않아 용산지역은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어 있었으니 그 동한 무심했던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김석기 사퇴는 공안 통치를 위한 각본에 의한 연출일 뿐

 

▲ 경찰청장 사퇴를 밝히는 용산참사 살인진압의 책임자인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청와대의 원세훈 국정원 내정자에 대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수순이란 게 일반적인 견해다. (사진: 한겨레신문)


용역깡패들의 배후에는 개발로 엄청난 이익을 얻는 건설자본인 삼성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이 똬리를 틀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돈 벌이에 혈안이 되어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건설자본이 원인제공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가권력과 경찰력은 그들의 하수인이자 머슴이었을 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임무는 이미 저 멀리 달아나고 없었습니다. 망한 건설회사의 최고 경영자였던 이명박의 머리 속에는 건설회사만 배 불리고 잘 돌아가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구시대적인 망상과 착각이 굳게 확신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만 발전될 뿐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을 모르는 무식한 발상이죠.


김석기의 사퇴는 행정안전부장관으로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연극으로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처럼 공안 통치로 몰아가기 위해 국정원을 국내 정치에 깊이 개입시켜 영구 집권을 획책하려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한나라당의 음모와 이해관계가 일치하기에 한나라당만 검찰의 수사 결과를 대환영해 ‘과잉진압에 대한 경찰의 책임이 있다’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경찰내부에서 조차 ‘무리한 진압’이라고 할 정도인데 검찰은 이런 것 조차 무시하고 이명박을 향한 일편단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명박 정권과 그들의 주구인 검찰ㆍ경찰에게 일말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났으니 미련을 떨쳐 버리고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를 찾는 일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거리로 나와 우리들의 민주주의를 찾는 것’ 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입니다. 대의민주주의를 말살시켰으니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우리들의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같은 놈이 되는 것 아니냐’는 패배 의식은 버려야 합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힘을 본 권력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에 주권자들의 구체적인 힘을 보여주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폭력 앞에 저항하는 것은 정당방어일 뿐 결코 폭력이 아닙니다. 4월 혁명과 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 역시 정당방어가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했다는 것은 상식임을 우린 잘 압니다. (아래는 검찰의 왜곡 수사발표에 대한 유족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의 항의 성명서, 만평: 프레시안)


 

 

                           진실 왜곡, 편파 수사 검찰의 사망을 선언한다!


‘경찰 무죄, 철거민 유죄’ 아니 ‘공권력 무죄, 생존권 유죄’ 아니 ‘살인자 무죄, 희생자 유죄’라는 21세기 들어 가장 편파적인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생존권을 요구하며 농성했던 사람들에 대해 수천 명의 경찰과 경찰특공대가 살인진압, 강제진압으로 5명의 철거민과 경관 1명이 죽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모든 책임이 철거민들에게 있고 경찰과 용역, 건설자본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발표를 했다.


발표한 검찰의 수사결과는 거짓말로 가득 차있다. 진상조사단에서 사건 전날 상황이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마치 도심테러라도 있었던 양 현장 상황을 확대, 과장, 왜곡하였다. 새총을 발사했더니 160미터나 나간다, 물 위에 시너를 뿌리니까 불이 붙는다는 둥, 초등학생 과학 실험에나 어울릴 법한 결과들을 가지고 철거민들을 테러범으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철거민들의 자발적인 연대체인 전철연을 불법ㆍ폭력 시위를 일삼는 배후세력으로 지목하고 온갖 마녀사냥을 자행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경찰의 무리한 공권력 투입과 살인진압이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화재원인에 대해서도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만을 되풀이 했다. 누가 뿌리는지 어떤 액체인지도 모를 동영상을 제시하며 철거민이 시너를 뿌리는 장면이라며 증거로 들이 밀었다. 화염병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시너에 불을 붙이니 불이 났다는 하나마나한 실험을 해 놓고 이것을 증거라고 들이 밀고 있다. 그 결과 누가 던진 화염병인지 모르지만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으로 불이 났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경찰과 용역깡패에 대해서는 당일 사건에 대해 아무 죄가 없다고 발표했다. 수천 명의 경찰병력과 경찰특공대가 단 하루 만에 전격 투입되어 강제 진압한 결과 6명이나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이것을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고 발표했다. 진압작전 계획서를 직접 결재하고 당일 작전 시작과 마무리 보고까지 받은 김석기 청장 내정자가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또 경찰 무전 기록에도 남아 있는 용역깡패의 실체에 대해서 ‘진압 현장에 용역은 없었고 다만 지휘관이 착오일 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경찰의 변명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렇듯 사건의 진실을 은폐 왜곡하고 어느 한 편의 주장에만 귀 기울이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누가 믿을 것인가? 검찰 수사결과는 이미 짜여 진 각본대로 철거민들을 살인자로 몰아가는 짜맞추기 수사로 경찰과 용역, 건설자본에게 살인면죄부를 주는 21세기 들어 가장 편파적인 수사결과를 조작하여 발표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1월30일로 예정되었던 수사결과발표를 2월 5일로 한 차례 연기하였다. 그러더니 다시 2월6일로 연기했고 또 2월9일로 연기하는 등 세 차례나 발표를 연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수사기간 내내 증거가 제시되면 마지못해 진행하는 ‘뒷북수사’와 그나마 죄가 없다는 식의 ‘면죄부 주기’에 급급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경관 1명이 사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철거민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상의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철거민 5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살인진압 공동정범 경찰과 용역반원들에게는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경찰과 용역, 그 누구에게도 죄가 없다면 철거민들이 자살이라도 했다는 것인가?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엄정한 법집행을 운운하며 검찰과 경찰을 두둔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철거민과 유가족을 더 죽여야 한단 말인가? 고인들과 유가족들의 피맺힌 원한이 두렵지도 않단 말인가.


우리는 권력의 하수인,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의 발표가 검찰 스스로 사망신고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한 수사결과발표로 살인진압 희생자인 철거민을 살인자로 몰아갔으며, 진실을 호도하고 살인자를 두둔하였다. 진상규명을 위해 우리는 정치권에 국정조사와 특검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대표자 비상시국농성에 돌입하고 투쟁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며, 검찰 수사결과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전면 재수사 할 것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 각계의 시국선언을 필두로 모든 양심적 세력과 함께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할 것이다. 그리고 제 4차 범국민추모대회를 희생된 철거민들에 대한 추모 뿐 아니라 검찰 수사 무효화를 위한 국민적 선언의 장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 철거민을 살인자로 만드는 검찰 수사 중단하고 전면 재수사 하라!

- 대통령은 유족 앞에 사죄하고 김석기, 원세훈을 구속 처벌하라!

- 용역과 건설자본 비리 즉각 수사하라!

- 구속된 철거민을 즉각 석방하라!


   

      2009. 2. 9 용산철거민 희생자 유가족/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