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을 꼽으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찰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말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이런 검찰이 불과 1년 사이에 이렇게 송두리째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애처롭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엘리트의 표상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을까?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연수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결코 검사라는 직함을 달 수 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이 용산 참사 수사를 놓고 증거 하나 제대로 찾지 못하고 중요한 증거(용역이 물포를 쏘았다)를 놓쳤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대해 신뢰를 하겠는가.
▲ ‘사체부검은 유족들의 동의서가 필요없다’는 정병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의 말은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검찰은 처음부터 공정 수사를 할 의지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MBC PD수첩화면 캡쳐)
용역 개입 문제를 놓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말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모른다 에서 한 발짝 물러나 “참사 당일 상황에 집중하다보니 파악하지 못했다”로 해명을 했다. 정말 대한민국의 검찰이 이런 것을 해명이라고 한 것일까. 여섯 명의 국민이 죽은 용인 참사가 검찰에게는 그렇게 소홀히 다루어도 되는 사건이란 말인가. 검찰의 해명이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어제부터 일부 뉴스에서는 ‘이미 검찰은 용역이 참여한 것을 알고 있었다’로 기사가 나오고 있다. 용역깡패들의 뒤에는 개발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삼성과 대림산업ㆍ포스코건설과 같은 건설자본이 있음은 물론이다.
한 때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누가 수사권을 가자고 있는 것이 좋은지 싸웠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들어가고 말았다. 경찰 입장에서는 이런 검찰 수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 저 정도의 수사 능력을 검찰이 가지고 있다면 우리도 충분히 수사권을 가져도 될 것이라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검찰의 독립을 외쳤던 젊은 검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갑자기 그들의 의기와 정의감이 시간이 흘러 빛이 바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텔레비전에 나와 대통령 앞에서 당당히 말하는 검사들의 모습 너무나 보기 좋았다. ‘진정 검찰이 국민 앞에서 바로 서는 구나’ 하는 생각이 그 때 솔직히 했다. 기대감이 정말 있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닌 법 앞에 당당히 서야겠지만 굳이 어딘가에 서야 한다면 바로 국민의 편에 서는 것이다. 그것도 법의 보호를 잘 받지 못하는 약자의 말에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본이 ‘자민당 장기집권’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권력의 어떠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수사를 하는 ‘토쿄지검 특수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임 수상도 소환해 바로 수사할 정도로 그들에게 있어 성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권력자라 할지라도 공정하게 수사를 하니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기소독점주의를 가진 검찰은 ‘권력의 사냥개’가 아닌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는 개 노릇을 충실히 할 때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검찰에게 이런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아직도 너무나 지나친 욕심이란 말인가? (아고라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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