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나는 한나라당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유명 블로거?

녹색세상 2009. 2. 5. 12:26

 

어제는 봄의 문턱인 입춘이었지요. 이 곳 달비골의 날씨가 너무 포근하고 따뜻해 초봄 같더군요. 이름 모를 새들이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알리려는지 전 보다 더 큰 소리로 지저귀는 것은, 앞산을 뒤덮고 있는 어둠과 겨울 세력에 대해 저 새들이 더 큰 공포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진이나 해일이 일어나기 전 새나 쥐와 같은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피한다고 하지요. 미천한 생물이지만 생존의 본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지요. 어제는 일요일에 농성장을 찾아 ‘현장심방’을 다녀간 오규섭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몇 일 전 얼굴 본 양반이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제가 운영하는 설치형 누리방(블로그)인 티스토리에 올린 글을 한나라당이 ‘정보통신말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명예훼손’이라며 고소를 해 서울영등포 경찰서로부터 출두통지서가 날아왔다는 것입니다. 집이 교회 인근이라 내외분이 제게 오는 우편물을 신경 써 수시로 챙겨 주곤 하는데 ‘농성 중인데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 담당자와 조율해 보라’며 앞산터널저지 싸움에 차질이 없도록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와 닿는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나라당 댓글 알바의 양심선언’을 옮겨 놓은 것인데, 굳이 문제가 된다면 그 글을 퍼 온 포털사이트에서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를 해야지 명색이 집권당이란 게 이 따위 치사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국민을 죽여 놓고도 사과는 커녕 오직 침묵으로 일관하는 역사의 시계바늘을 ‘석기시대’로 돌린 김석기는 당장 구속 수사해야 합니다.


누리방을 찾아보니 작년 10월 15일에 올린 글인데 퍼 온 출처를 밝히지 않았더군요.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니 ‘덮어쓰게 생겼구나’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유치하고 치사한 인간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인의 누리방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인터넷 통제’가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지요. 방송장악저지를 위한 언론노조의 총파업 당시 “한나라당은 독재의 유전자를 타고난 집단”이라고 한 최상재 위원장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포장하고 분장을 해도 유전자 자체가 독재란 돌연변이를 타고났으니 구제불능이라 모가지를 비틀어 끌어내려야 한다는 말로 이해합니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해 퍼온 글이 아닌 ‘직접 제작물’ 중심의 설치형 누리방을 만들어 광고 유치도 하면서 수익을 좀 올려볼까 고민 중이었는데 난데없는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다음 누리방의 경우 조회 수가 72만을 넘었으니 수도권도 아닌 지역의 개인 것 치고는 조금 알려진 셈이지요. 평소 이명박 정권과 경찰의 폭력에 관해 글을 올린 걸 괘씸죄로 걸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통상적으로 개인 누리방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되면 얼마간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하고 나서 나중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일반적인 순서인데 난데없이 ‘명예훼손’으로 거대 정당인 한나라당이 고소를 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보나마나 검사 약식 기소로 벌금형을 내려 경제적인 불이익을 주겠지요. 실형을 살리면 차라리 편한데 요즘 같이 제 지갑이 얇기 그지없을 때 이런 일 당하면 난감하다는 것을 잘 아는 검찰이 돈이 없는 활동가들을 누르는 치사하기 그지없는 수법이지요. 그렇지만 법으로 보장한 것 마저 제대로 안 지키는 현실에서 ‘보다 많은 민주주의를 누리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믿기에 작은 힘이나마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데 보태려 합니다. 약식기소 처분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정식재판을 통해 끝까지 헌법에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폭력에 저항할 것입니다.


담당자와 통화를 해 사건을 대구로 이송해 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아마 이 사건을 맡는 경찰공무원은 머리가 지끈할 것 같습니다. 고분고분 넘어가지 않고 조목조목 따지는 피의자를 만나 조서 꾸미는데 피곤하기그지없을 테니 말이죠. 어제 따라 평소보다 많은 사고견인차와 개인병원의 구급차가 요란스레 소음을 낸 이유가 있나 봅니다. 어둠과 겨울이 제 아무리 발악해도 해가 뜨고 봄이 오면 사라지고 말듯이 독재의 유전자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라지지 않을 수 없음을 믿습니다. 달비골의 봄소식은 앞산의 겨울을 향해 ‘모퉁이를 돌아서 가라’는 준엄한 경고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구사회연구소의 편집주간인 정혜숙 박사님이 소식지 취재차 남상기 선생님과 같이 상수리나무 위로 올라온 기념사진입니다. (2009년 2월 5일 ‘나무 위 농성’ 54일째)

 

추 신: 한나라당이 고소를 한 글은 (http://bando21.tistory.com/230)에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