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동지였던 것 같은데 벌써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이 되었군요. 2주 후면 겨우 내 꽁꽁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입니다. 앞산을 뒤덮고 있는 겨울 세력에게 달비골의 봄이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둠과 겨울 세력이 거창하게 포장하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달비골의 뭇 생명들을 죽이려 합니다. 말도 안 되는 경제 논리도 들먹이고, 가진 자의 배만 잔뜩 채워 치료가 불가능한 고도비만증을 더욱 악화시켜 자살의 길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려하지 않습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적절한 몸을 유지하고 소통 가능한 신경전달망을 갖고 있어야 건강하게 잘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은 굳이 전문성을 들먹이지 않아도 아는 상식임에도, 탐욕은 그 끝을 모른 채 줘야 하는 것도 주지 않고 오직 채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젖이 흘러넘침에도 불구하고 새끼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 욕심 많은 어미 돼지 같다고나 할까요. 어제는 대구사회연구소에서 소식지에 실으려고 취재 차 상수리나무 위로 찾아왔습니다. 전형적인 서생같은 여성이 용감하게도 잘 올라오시더군요. 낯이 익은 남상기 선생도 같이 오셔 오랜만에 얼굴을 봤습니다.
제가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은 상황실장께 미루고, 보안을 필요로 하는 것은 비록 안다할지라도 ‘보안이니 곤란하다’고 했더니 이해해 주시더군요.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가장 따뜻한 입춘이라고 하는데 이러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불어 닥쳐 고생하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따뜻한 날씨에 긴장이 풀리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드네요. 기상이변이 잦아 어떻게 될지 종 잡을 수 없으니 말이죠. 그렇지만 오는 봄에 겨울은 밀려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니 봄기운에 힘을 얻어야겠지요. 오늘이 2009년 2월 4일 ‘나무 위 농성’ 53일째 되는 날입니다. (사진: 최명희 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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