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분노로 일어선 이상 사람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귀 기울이지 않는 지도자들은 분명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아이린 칸,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2008년 5월 연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위의 말은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사무총장이 2008년 5월 연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내용 중 일부이다. 그렇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일어선 민중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 그리스 민중들의 폭발적인 저항에서 보듯이 분노한 대중들은 그리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에서 폭등하는 물가에 민중들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들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권력은 기마경찰을 동원해 진압을 시도 했으나 초식 동물인 말이 시위대의 저항에 놀라 오히려 밀리고 말았다.
물리력의 마지막 보루인 군대에 시위진압 명력을 내렸으나 군사독재 정권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군부는 ‘국민들을 진압할 수 없다’며 명령을 거부해 결국 대통령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 비폭력의 환상에서 벗어난 촛불시민들은 아이슬랜드 민중들의 국회 봉쇄와, 그리스 민중들의 강력한 저항을 보면서 ‘정당방어’를 넘어선 적극적인 의사 표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했다. 위험한 곳에 가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폭력에 대비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제 비폭력이란 말은 사라지고 ‘최소한의 방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국제적인 저항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한국 민중들의 분노 표출 방식마저 수구골통들은 ‘도심의 테러리스트’라고 도배질을 해대지만 거리의 민주주의를 맛 본 촛불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이제 짱돌을 들고 새총으로라도 경찰의 살인적인 폭력에 맞서야 한다. 어청수가 무덤에서 부활시킨 백골단의 인간사냥에 그냥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결코 쟁취할 수 없다.
20008년 미국산 광우병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끓어 오른 남한사회 시민들의 분노는 수개월을 촛불로 달구면서 끈질기게 저항을 했다. 이명박 정권은 손에 든 것이라곤 촛불 하나 뿐인 시민들을 향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온 우리 아들인 전경들을 동원해 폭력으로 진압했다. 경찰청장인 어청수는 지휘계통 조차 무시하고 관할서장에게 바로 무전으로 지시를 하는 등 강경진압을 독려해 이명박의 은총을 받고자 몸부림쳤다. 그 와중에 ‘우리 아이들을 광우병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젊은 엄마들의 유모차에 화학물질인 소화기를 뿌리는 등 반 인륜적인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의 폭력 앞에 정당방어를 하는 것 조차 오히려 뜯어 말리며 ‘비폭력’을 외친 촛불시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이명박과 어청수가 만든 합작품인 살인무기 물대포와 경찰의 몽둥이 찜질이었다. 80년대 군사독재 정권시절 경찰의 살인진압에 맞서 최소한의 방어와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화염병과 짱돌을 던지며 저항했던 세대들은 ‘폭력 앞에 비폭력이 무슨 말이냐’며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촛불은 그래도 비폭력을 외쳤다. 그러던 중 수세로 몰린 이명박 정권은 초 강경진압으로 선회해 촛불을 끄려 별 짓을 다했다.
권력과 자본의 나팔수로 철저히 복무한 쓰레기 신문인 조중동에 광고를 실은 기업에 정당한 소비자 주권운동의 일환으로 항의한 네티즌들마저 탄압하는 검찰은 권력의 사냥개 노릇을 충실히 수행했다. 수십만 명의 촛불시민들이 수개월 동안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아시안 민중들은 한국의 촛불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공권력의 무자비한 탄압에 바로 물리력으로 대응하는 아시아인들과는 달리 한국사회의 촛불들은 그냥 촛불을 들었을 뿐 새로운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은 ‘명박산성’을 넘어 청와대로 밀고 들어가지 않았다.
정의구현사제단과 개신교의 목회자들, 불교계 역시 ‘비폭력’을 외쳤을 뿐 대한민국의 권력의 원천이자 주인인 국민들의 끓어오르는 분노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 아니 응답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 모른다. 이제 명박산성을 넘을 준비가 안 된 성직자란 사람들은 거리로 나오지 말고 골방에서 기도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수그러들던 촛불의 불씨는 이름 없는 시민들이 불을 피웠지 신부와 목사들이 지펴온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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