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정몽준의 현대가 보여준 무자비한 살인테러

녹색세상 2009. 1. 19. 14:25
 

“한계가 없는 무자비한 타격력”을 보여준 현대 테러단

 

울산에서 열린 영남노동자대회에 갔다가 내려오는 버스에서 뉴스를 본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하는군요. 그야말로 무시무시하고 섬뜩한 내용이더군요. 아마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사에 언급된 대북 태도에 대한 보복성 발언이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렇게도 정세 분석을 할 줄 모르면서 그런 지위에 있다는 것은 정신 나간 멍청하기 그지없는 짓이지요. 그러면서 전 인민군에 전시체제 돌입을 명령했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김정일이 이명박의 미끼에 낚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은 남한 내 중요한 정치사회적 사안이 있을 때마다 헛발질로 정권을 도와주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국민의 눈과 귀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MB정권의 공작에 북한군부가 놀아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국민들도 하도 이골이 나서 별 관심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본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는 특정 정파의 반응이 없는 게 의아할 뿐입니다.

 

  ▲ 사진을 찍던 여성노동자가 카메라를 빼앗기는 바람에 테러현장 사진은 이 사진 한 장 뿐이다.


그러나 ‘한계가 없는 무자비한 타격력’을 보여준 것은 유감스럽게도 북한 군부가 아닌 현대중공업 경비들이었습니다. 1월 17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울산 현대미포조선 굴뚝 농성장에 소화기와 헬멧으로 무장하고 난입한 100여명의 현대중공업 경비들은 현장에 있던 10여명의 노동자들을 무차별 구타하고 소화기로 머리와 어깨를 내리찍는 등 폭력을 자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옥희 진보신당 울산위원장의 승용차와 건설플랜트노조 승합차가 파손됐고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현장대책위원장은 소화기에 머리를 가격당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옆에서 이를 말리던 울산시 동구의회 박대용 의원과 진보신당 당직자들도 집중 구타를 당해 병원으로 함께 실려 갔습니다. ‘백색테러’를 정몽준의 현대가 사정없이 보여준 것이지요. 리고 이들은 현장에 있던 천막에 불을 지르고 방송차량 안에 있던 물품을 꺼내 모조리 불길 속에 집어던져 버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가자지구에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여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이슬라엘군의 모습이 바로 저런 모습이었을 겁니다. 이들에게 자비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북한군 총참모장이 위협하던 “한계가 없는 무자비한 타격력”을 정몽준의 현대는 앞서서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이날 자정의 테러는 이미 예견되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경찰차가 한 대 배치되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역부족이었습니다. 뒤늦게 출동한 경찰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들은 멀찍이서 구경만 하고 있었습니다. 수수방관하던 경찰이 왜 폭력 현행범을 체포하지 않느냐는 항의에 그제야 못이기는 듯 사태에 개입하고자 움직이기 시작했고, 100여명의 현대경비들은 ‘철수!’라는 짧은 구호에 잘 훈련된 하마스 대원들처럼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회사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 치열했던 음식물 공수작전 (여덟 번째 사진처럼 낚싯줄에 걸려 위태로웠지만, 결국 음식물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목숨을 건 고공농성 25일, 현대는 음식물 공급도 차단


울산 현대중공업 100미터가 넘는 굴뚝 위에는 한 달째 두 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생수 두병만 달랑 들고 올라간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음식과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방한복입니다. 그러나 현대 측은 경찰이 올려 보내려는 음식물조차 공급을 차단했습니다. 다만, 3일마다 생수 한 병과 초콜렛 한 통만 허락했습니다.  몇 차례에 걸쳐 음식물을 올려 보내기 위해 시도했지만, 현대 측 경비들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의해 좌절되자 급기야 행글라이더로 약간의 육포와 음식물을 공급하는 초유의 사태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자그마한 점과도 같은 100M 높이의 굴뚝 꼭대기에 행글라이더가 날아가서 음식을 투하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기가 차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사주인 정몽준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는 현대와는 무관하니 보고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습니다. 참 꿈도 야무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의도 그의 사무실에는 그의 대통령 꿈에 바람을 넣어줄 사람들이 줄지어 드나들고 있다고 합니다. 

 

정몽준의 짓거리는 야만을 넘어 간접살인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며칠 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그는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당도 말하자면 가정과 같은 것인데… 서로 이해하고 도와야지 이리 싸워서야 되겠습니까?” 뉴스를 통해 본 그의 발언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당은 가정처럼 화목해야한다는 요지의 발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 회사 식구들 하나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가정을 이야기하다니 우습습니다.

 

30명이 넘는 자기 회사직원들을 6년 동안이나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어놓고 가정의 화목을 이야기하다니 기가 막힙니다. 아무런 이유도 잘못도 없이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이혼의 고통 속에 내팽개쳐 알코올 중독자로 전전하며, 열심히 공부해야할 어린 자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다 전신 화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는 피눈물 나는 처절한 현실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정몽준은 참으로 야만인입니다. 그런 그가 온 국민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아직도 꾸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꿈을 주는 이 나라도 결국 야만의 나라라는 말입니다. 사람은 먹어야 삽니다. 전쟁포로도 밥은 줍니다. 사형수에게도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는 보장해 주는 것은 먹는 것은 최소한의 인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장을 잃고 6년 동안이나 거리를 헤매던 현대미포조선 하청 용인기업 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굴뚝에 올라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몽준의 현대는 밥조차 먹지 못하게 하는 야만적인 짓거리를 해대고 있습니다.


그 살인 현장을 마냥 두고 볼 수 없어  영남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나섰습니다. 대회를 마친 그들은 대오를 형성하고 현대미포조선으로 향했습니다. 굴뚝 아래에 집결한 노동자들은 굴뚝 위에 로프를 연결하고 음식물을 올려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헬멧과 소화기로 무장한 현대중공업 경비원들이 대거 투입되어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습니다. 현대중공업 공장 안에서는 수압을 최대로 높인 소화전에서 물대포 공격이 감행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전쟁이었습니다.

 

숫자에 밀린 현대 측은 굴뚝 중간에서 올라가는 음식물을 낚아채기 위해 낚싯대까지 동원했습니다. 음식물이 한때 중간에서 낚싯줄에 걸려 휘청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모든 음식물을 무사히 공급했습니다. 영남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수많은 노동자들은 만세를 불렀고, 굴뚝 위의 두 농성자는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보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격의 눈물을 삼키며 돌아왔다고 합니다.그리고 돌아오는 버스 안 TV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엔 북한군 총참모장이 예의 누런색 군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계가 없는 무자비한 타격력을 보여주겠다!”


밥 주었다고 무자비한 보복테러 자행하는 정몽준의 현대

 

 

 

그러나 그 ‘한계가 없는 무자비한 타격력’을 보여준 것은 북한군부가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의 야무진 꿈을 꾸는 정몽준이 사주인 현대중공업에 의해 벌어졌던 것입니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모두 돌아간 자정을 기해 굴뚝 아래 농성장 텐트에 야습을 감행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진보신당 노옥희 울산대표와 조승수 전 국회의원 등이 4일째 단식농성 중이었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다쳤습니다. 현장에서 폭력을 말리던 울산동구의회 의원까지 소화기에 등과 어깨, 머리 등을 찍혀 병원에 실리어갔습니다.

 

▲ 현대중공업 경비들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고, 음식물 공급조차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을 보고도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현대 측의 보복공격이 있을 것을 예상한 경찰은 현장에 경찰차 한 대를 배치해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대의 보복공격이 시작되자 닭장차 한 대가 추가로 배치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멀찍이 물러나 구경만 했습니다. 왜 폭력 현행범을 체포하지 않느냐는 항의에 못 이겨 뒤늦게 진압에 나섰으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무책임한 태도에 항의하기 위해 울산시 동부경찰서를 방문한 정원현 씨 등 네 명의 노동자들은 경찰서 문을 넘었다는 이유로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이 나라도 경찰도 미쳤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강기갑 의원은 서울에 올라가는 대로 정몽준 의원을 만나보겠다고 했습니다. 동료의원이 만나자는데 설마 안 만나주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정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의 사주인 당신이 나서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사람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게 뜻대로 되겠습니까? 야만인의 귀에 사람의 말이 들릴 리 만무하지요. 그러므로 강기갑 의원의 시도 역시 그저 꿈에 불과할 뿐이라 생각됩니다. 어쩌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이렇게 야만의 사회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80년대 말 정몽준이 저지른 식칼테러와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때는 애비인 정주영의 사주에 따라 했다면 이번에는 정몽준의 ‘그것 하나 처리 못 하느냐’는 것일 뿐 달라진 것이라곤 전혀 없다고 봅니다. 버스요금 70원이라고 지껄이다가 청소년용 교통카드를 들고 ‘마누라가 선물했다’는 인간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인 민중들의 삶을 알리 만무하죠. 정몽준의 현대는 지금 사람을 죽이고 있는 야만집단임에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