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오후 2시 대구 앞산 달비골 입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시죠? 대구의 유명한 산 앞산 달비골 입구는 엄청난 상수리나무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빽빽이 들어찬 상수리나무는 수령이 수백 년 부터 수십 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러 올망졸망 사이좋게 들어차 있습니다. 이들은 한 식구라도 되는 것 처럼 그 모습이 참 특이하답니다. 마치 한 부족이라도 되는 양 다른 수종들은 감히 근접하지 못한 채 그들만이 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요. 이렇게 많은 상수리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 이렇게 넓게 분포하는 곳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상수리나무는 그 안에서 또 종류가 여러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가을에 열리는 이들 상수리나무과의 열매인 도토리를 보면 그 모양이 가지각색입니다. 동그란 놈, 길쭉한 놈, 씩씩한(?) 놈 등등 그 모양으로 나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열매를 선물로 줍니다. 지난 가을에도 앞산 달비골 상수리나무숲에선 엄청나게 많은 도토리가 열렸고, 가을이 한창 깊어갈 무렵 등산로 주변은 온통 도토리열매가 늘렸습니다. 등산객들과 주변 동네사람들은 산책 삼아 산을 올랐다가 한손 가득 도토리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내려오기 일쑤이죠.
이곳 달비골에도 가을이 깊어 가면 이런 아주머니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겨우내 먹을 동물들의 양식을 갈무리 해 버립니다. 그런데 너도나도 도토리를 재미 삼아 가져가거나 누구는 장난감 삼아 주워가니 산속의 동물들은 어찌 겨울을 날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요. 특히 다람쥐나 청설모들은 직격탄을 맞는데 말입니다. 인간들이 다 갈무리해 가고 도토리가 없으니 산속 짐승들은 산 아래 인간들의 마을에 출몰해서 먹을 것을 구하러 내려오는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는지 모릅니다. 굳이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먹거나,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산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들을 위하는 것임을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앞산 달비골 상수리나무와 일촌의 관계를 맺어 어제로 49번째 ‘일촌계모임’이란 것을 이어오고 있는 무리가 있는데 일명 ‘앞산꼭지들’이 있습니다. 대구의 어머니산이자 심장부인 앞산을 관통하는 터널공사를 하려는 대구시의 무식하기 그지없는 백치행정에 그냥 몸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마치 거대한 골리앗에 보잘 것 없는 작은 난장이들이 서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들은 앞산과 여기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뭇 생명, 그리고 자기들의 고장을 지키려 모인 ‘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임’ 약칭 ‘앞산꼭지’들 입니다. 이들이 작년부터 벌인 이 모임이 49번째, 그러니까 49주로 일수로는 343일째인데 일년이 가까워 옵니다.
이곳에는 벌써 대구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성당과 교회, 사찰을 비롯한 종교인들과 대구의 문인과 화가들, 음악가 뿐만 아니라, 미래 이 숲의 참 주인인 아이들이 많이 다녀갔습니다. 달비골 초입의 천막에 오면 사진으로 그 장면을 마치 한 편의 영상물처럼 볼 수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벌이는 이 일촌계모임에서는 앞산의 안녕을 기원하고, 앞산꼭지들끼리 안부와 인사도 묻고, 이 무지몽매한 앞산터널사업의 경과도 알아가면서 이 공사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를 서로 궁리하고, 앞산과 상수리나무 숲에 그 답을 간절히 물으면서 힘을 얻어 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다.
그것이 벌써 49번째고 다음 주면 50번째를 맞습니다. 지금 이 시간 달비골 반대쪽 용두골에서는 문화재청의 ‘공사중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불법공사가 진행 중에 있어 많은 이들의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법과 원칙을 무시해 많은 대구시민들의 우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벌이는 저런 오만한 행정은 반드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시민들의 특히 대구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시간이 되면 매주 일요일 달비골로 오시는 것도 좋고, 정성을 보태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앞산터널반대 투쟁은 비단 앞산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용구골과 달비골 인근의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이고, 지자체가 벌이는 이런 웃지 못 할 일에 대해 건전한 비판을 함으로써 지방자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우리 고장의 문제를 참 주인인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는 주권회복운동입니다.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아끼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달비골에 있는 ‘앞산시립기도원’으로 모여 서로를 보면서 기운을 받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땅의 주인인 대구시민으로서 대구사랑의 참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주인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함께 하실 분들은 아래로 연락 하시면 됩니다.
우 충 훈 상황실장 010-3543-8969
이 무 용 문화재위원 010-4158-8500
여러분들의 정성을 기다립니다.
후원계좌 : 농협 298-02-224590 (예금주 : 우충훈)
공간앞산달빛카페: http://cafe.daum.net/lovedalbi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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