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앞산시립기도원의 새해 첫 일요일 소식

녹색세상 2009. 1. 4. 16:28

 

 

 

어제도 달비골 천막에 반가운 얼굴들이 찾아왔습니다.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다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라’는 주위의 권고로 늦게 신학을 공부한 반짝이는 기획력이 뛰어난 박종하 씨가 격려차 방문을 왔습니다. 신부전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의지의 사람이지요. 신학을 공부했으니 그래도 ‘한국교회를 그냥 둘 수 없다’며 교회 내 젊은이들이 기복적인 신앙과 이기적인 것을 버리고 이웃에 눈을 뜨도록 노력하다 ‘기성교회가 자정 능력이 없다’는 고민 끝에 미련을 버리고 나온 참 신앙인입니다. 일주일에 세 번이나 혈액투석을 하러 병원에 가야 하니 3일은 움직이지 못하는 그런 몸으로 ‘불가능을 꿈꾼다’는 것은 보통 의지가 아니고는 어려운 일이라 믿습니다.

 

 

이런저런 사고로 세 번 수술대에 올랐지만 다행히 속병은 하나도 없으니 박종하에 비하면 ‘세발의 피’라 할 수 있죠. 아직도 애 먹이는 곳곳의 통증과 불면증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 마다 같은 길을 가는 ‘동지이자 아름다운 사람’인 이 후배를 보면서 기운을 내곤합니다. 11시 무렵에 고맙게도 기독교방송(CBS)에서 취재를 왔습니다. 상수리나무 위까지 직접 올라와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녹음도 하고,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교사모임’의 선생님들에게 질문도 하는 등 장시간 취재를 하고 갔습니다. 편집하면 얼마 안 나오겠지만 ‘나무 위 농성’이 입소문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방송으로 나간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위안을 해 봅니다. 민변에서 나서만 주면 문화재청이 보낸 ‘공사중지 명령’ 공문을 갖고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라도 해 보련만 그러지 못하는 이놈의 대구 현실이 안타깝고 속도 상합니다.


멀리 중동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무차별 맹폭격으로 안타까운 생명들이 죽고 다쳤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립니다. 8일 동안 무려 750여 차례나 폭탄을 퍼부어 댔다고 하니 사람이 살아 있는 게 기적이지요. 이제 전차 부대를 앞세워 본격적인 지상전을 한다니 양측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조직인 하마스는 ‘가자 지역은 이스라엘군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강력히 저항할 것을 분명히 밝혀 양쪽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융단 폭격을 해 건물이 부서졌다 하나 지하에 대피해 숨은 저항 조직을 소탕할 수는 없기에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이스라엘 병사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습니다.


무려 1900년이나 그 땅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우리 조상들이 살던 땅’이라며 내쫓는 것도 모자라 아예 씨를 말리려는 짓을 수 없이 해 왔지만 ‘우리 조국을 되찾아야 한다’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융단폭격을 해대는 피눈물도 없는 아주 잔인하기 그지없는 무리들이지요. 그 폭격 장면을 보고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마치 불꽃놀이 구경하는 것 처럼 웃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그것을 보고 희희낙락할 수 있다니 얼마나 양심이 마비되어 있는지 모를 일이지요. 아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 장면을 봤다면 갈아마시고도 시원찮을 일임에 분명할 것입니다.

 

  ▲ 점심을 챙겨 오신 자칭 ‘마을학교 시간강사’인 교사의 정성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앞산터널 문제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폭탄과 총칼만 없을 뿐 많은 사람들이 아끼고 즐겨야 할 이 아름다운 달빛고을인 달비골을 향해 폭격준비를 마친 거대한 무리들 앞에 서 있는 우리 앞산꼭지들은 작은 난장이들에 불과합니다. 달리 방법이 없어 달비골 입구 벌목 작업을 못하도록 상수리나무 위에 작은 성을 짓고 몸으로 막고만 있는 형국입니다. 난장이들이 거인들 앞에 그냥 버티고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지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무슨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을 틀렸다’며 그냥 몸을 갖다 대고 있습니다.


고생한다며 가까이 있는 마을학교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밥과 반찬을 챙겨오는 정성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터널이 뚫리고 길이 나면 매연을 마실 수 밖에 없는 바로 옆 아파트의 주민들이 ‘함께 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 싸움은 주민들이 확 달려들 때 싸우는 맛이 나고, 설사 깨진다 할지라도 ‘즐거운 패배’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처음 앞산터널 반대 싸움을 시작할 때 열성적이던 부녀회의 막강한 여성들이 이사를 가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오랜 시간 하다 보니 지쳐서 떨어져 나가기도 해 아쉽기만 합니다. 다행히 주민 몇 분이 함께 해 근근이 싸움을 해 나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저 탁발하는 심정으로 올라와 있건만 부족한 게 없는지 미안해하는 손길에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없어서 못 먹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으니 이럴 때는 딱 맞는 체질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밖에 나가 운동도 안 하고 자꾸만 게을러져 큰  일입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 후 전차를 앞세우고 공격을 하듯, 언제 어떤 형태로 밀고 들어올지 모르는 토건공화국의 욕심 가득 찬 건설자본인 태영과과 대구시가 저지르는 못 된 짓거리가 이 앞산터널 공사입니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그들에게서 팔레스타인을 향해 사정없이 폭격하는 이스라엘의 악랄하기 그지없는 모습이 자꾸만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