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의 새해 첫 토요일 새벽, 상수리나무 위에서

녹색세상 2009. 1. 3. 13:14
 

혹시나 싶어 기다린 보람이 있어 어제 새벽 1시 조금 넘어 블로그 조회 수가 60만을 넘었습니다. ‘형님, 블로그를 해야 합니다’라는 후배의 꼬임에(?) 넘어가 만든 지 2년이 조금 넘었군요. 3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네이버는 촛불 정국을 지나면서 50만을 넘어 64만이 넘었고, 다음 역시 광우병 문제로 달아오르면서 조회 수가 급증 했으니 이명박과 포졸대장 어청수에게 감사장이라도 전해줘야 할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앞산 지키기에 함께 하면서 올린 글의 조회 수가 늘어났습니다.

 

  ▲ 앞산의 봉우리 중 하나인 파동 용두골 방향의 산성산 정상에서 바라본 새해 해맞이 광경.


평소 제 글이 너무 딱딱해  ‘논설문 같다’는 친구들의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결 나아졌다’는 평을 받습니다. 글을 쓴 사람만 만족하고 남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한계를 많이 극복하려 애를 쓴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표현하려고 전교조에서 발행한 중3 국어 대안교과서를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릅니다. 지금 상수리나무 위에는 한글사전 두 권 갖다 놓고 수시로 찾아보면서 글을 쓰니 역시 공 들인 보람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포토샵까지는 못하지만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사진 편집도 하는 등 처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셈이지요. 악필 중의 상 악필인 저와 제 동생은 컴퓨터가 없었더라면 아마 사회  생활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컴퓨터를 배운지 만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요.


‘나쁜 것과 좋은 것은 따로 오는 게 아니라 같이 온다’는 어느 어르신의 말씀처럼, 첫 산재 사고를 당해 재활 치료를 하면서 배운 걸 이렇게 잘 써 먹을 줄 예전엔 미처 몰랐지요. 상수리나무 위에 올라와 이런저런 핑계로 하지 않았던 복식호흡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두 시간 정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어도 괜찮은데 한 동안 하지 않았더니 채 30분을 견디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증거죠. 참고 몇 일 계속 시도를 했더니 조금씩 나아져 기의 흐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더군요. 막힌 곳이 하나 둘 열리면서 소통하면 시원하고 좋은 게 비단 우리 몸만 아니라 사회와 사람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라 믿습니다. 막힌 곳을 서로 여는 노력이 있어야 하건만 서로 남의 탓만 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냥 있고 싶어 하는 자연을 생돈 들여가며 개발이란 이름으로 마구 파헤쳐 소통자체를 막아 버리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배하지 말고 더불어 살아가라는 게 자연의 섭리이건만 인간의 욕망은 그 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마냥 광란의 질주를 할 뿐입니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면 괜찮으련만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해 탐욕을 부리니 이래저래 사람만 다칠 뿐이지요. 어제는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5시에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른 새벽부터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참 듣기 좋군요. 가볍고 따뜻한 이불이 새로 올라와 덕분에 지난 밤 잠을 잘 잤습니다.


가장 추운 시간이 바로 해뜨기 직전인 지금인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루를 시작하는 이웃들을 생각하며 상수리나무 위에서도 하루를 시작합니다. 컴퓨터는 작동되건만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아 2시간 넘게 애를 먹이네요. 한 번 연결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소통이 원활하건만 처음이 어렵다는 게 ‘무선 접속’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새벽에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그 처음을 참지 못해 서로 문을 닫아버린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반성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