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주권운동

총파업에 나선 언론노조의 대국민 호소문

녹색세상 2009. 1. 2. 17:10
 

국민 여러분, 기축년 새해를 희망의 해로 만들어 주십시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오만한 정권의 악정으로 민생은 나날이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인간의 고통과 상관없이 자연은 한 치 어긋남이 없이 흐르고 이어져 새로운 태양이 힘차게 떠올랐습니다. 바른 언론과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국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축원합니다.


지난 한 해는 국보 1호 남대문이 어이없이 소실되며 불길하게 시작되더니 봄, 여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백만 촛불이 거리를 물들였습니다. 가을에 닥쳐 온 미국 발 금융위기는 10년 전 IMF 외환위기를 재연했습니다. 노동자가 직장에서 쫓겨나고, 농민은 논밭을 갈아엎고,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는 민생파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국민들의 고통과 분노를 전하는 언론에 귀 기울여 실정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틀어막는 언론악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려 했습니다. 이에 혹한의 겨울바람 속에서 우리 언론노동자들이 일어섰고 ‘민주주의 사수하자’는 전 국민의 함성이 메아리 쳤습니다. 그렇게 한 해가 갔습니다.

 

 


총파업은 ‘언론장악 7대 악법’을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기자, 피디, 엔지니어, 아나운서 등 전국의 1만 8천여 언론노동자들은 지난 12월 26일,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목숨처럼 여기는 신문과 방송을 멈춰서라도 언론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한 해 내내 메아리쳤던 국민들의 함성과 염원이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길만이 수십 년 피땀으로 일군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경제가 어려운데 웬 파업이냐고 나무라실 것입니다. 차질을 빚고 있는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을 보며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정부여당이 신문법과 방송법 개악 등 ‘언론장악 7대 악법’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것을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언론장악 7대 악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재벌과 조선, 중앙, 동아일보(이하 조중동) 족벌신문에게 모든 방송을 넘겨주겠다는 것입니다. 신문지원 기관들을 통폐합해서 군소 신문과 지역신문의 생사여탈권을 정부의 손아귀에 틀어쥐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자신들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은 가혹하게 처벌해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입니다.

 

 

방송은 공영과 민영을 가릴 것 없이, 서울과 지역을 가릴 것 없이, TV와 라디오를 가릴 것 없이 모두 국민의 재산입니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주인인 국민들에게는 단 한 번 의견도 묻지 않고 재벌과 조중동 족벌신문에게 방송을 넘길 수 있단 말입니까? 참으로 오만방자한 정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반은 여론의 다양성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모든 신문을 정부의 손아귀에 집어넣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인터넷에서 타인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글에 대해서는 이미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마음대로 글을 삭제할 수 있는 법안을 내놓고 어떻게 이 법이 여론의 다양성을 확대시킨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는단 말입니까? 언론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저희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악법들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신문과 방송에서 정권과 재벌, 족벌신문의 한 가지 목소리만을 듣게 될 것입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의 목소리는 방송과 신문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경제가 무너지고 교육과 문화가 해체되고 있다는 지역 주민들의 외침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로지 힘 있는 자, 가진 자들의 목소리만 들리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스러지고 맙니다. 

 

 

  노동자ㆍ농민 그리고 힘없고 가난한 이웃의 밥그릇을 지키겠습니다.


우리가 일어서자 수많은 국민들께서 저희를 지지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언론을 지키는 것이다’ 는 것을 한 마음 한 뜻으로 이해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초조해진 정부와 한나라당은 불법파업이라며 체포, 처벌을 운운하며 저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될 조중동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와 주장을 ‘밥그릇 지키기’ 로 폄하하며 거짓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들의 싸움은 밥그릇 싸움입니다. 그러나 재벌과 조중동처럼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밥그릇이 아니라 권력과 재벌과 수구족벌신문에 맞서 서민과 노동자, 농민의 밥그릇을 지키는, 힘없고 가난한 이웃의 밥그릇을 지키는 싸움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어떤 탄압과 음해에도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새해에도 우리의 파업은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의 정당성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힘을 믿습니다. 이미 국민 여러분의 힘은 ‘지난 연말까지 모든 법을 날치기 통과 시키겠다’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호언장담을 막아냈습니다. 느리지만 천리를 가는 황소처럼 묵묵히 진실한 언론을 지지, 격려해 주신다면, 저희는 어떤 탄압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싸우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저희들의 희망이고 민주주의의 희망입니다.


설립 20년 동안, 언론노조는 싸움에 나서면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서 싸웠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웠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우리가 승리하는 그날,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한 판 대동제를 열고 마음껏 민주주의를 노래하고 싶습니다. 새해, 가내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길 다시 한 번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새해  첫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최상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