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100분토론’은 18일 밤 400회 특집으로 ‘2008 대한민국을 말하다’ 편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에는 ‘100분 토론’ 설문조사 결과 '최고의 비정치인 논객'으로 꼽힌 신해철 씨와 ‘가장 토론을 잘할 것 같은 연예인 1위’로 선정된 김제동 씨,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등이 출연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또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병헌 민주당 의원, 전원책 변호사, 제성호 중앙대 교수가 출연해 2008년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와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기분 좋은 뉴스, 화나게 한 뉴스 등의 주제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 출연하기로 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여야 대치 중인 국회 상황으로 인해 출연하지 못했다.
진중권 “나라가 보일러냐, 거꾸로 가게”…신해철 “권위주의 부활”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진중권 교수는 “어제 해직기자 모임에 다녀왔는데. 어느 개그맨이 ‘나라가 보일러냐 거꾸로 가게’라는 말을 했다.”며 “경제의 장기적 전망과 비전도 없고, 무엇보다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 경제를 예측해도 사법처리 얘기가 나온다.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 마치 계획은 내 안에 있고, 너희는 움직이라는 식”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그 두뇌 속엔 삽 한 자루가 있다. 사회적 합의와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깜짝쇼를 한다. 강림의 쇼다. 중소기업인 망년회에 등장하다가, 배추 사러 시장에 간다. 이런 사진 몇 장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고 맹비판했다.
이에 보수 논객으로 출연한 제성호 교수가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에게 강압적 통치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하자 신해철 씨가 즉각 반박하기도 했다. 신 씨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이 강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러며 “권위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번 100분 토론에 나올 때는 여론에 의해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반대했는데 이번에는 주제가 이명박 정부라고 하니 주변에서 ‘큰 일 난다, 보복 당한다’라는 말을 하더라”며 “그만큼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는 유모차 엄마를 체포하고 공무원을 물갈이하고 방송을 장악하고 교과서가 편향됐다며 왜곡하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 집단의 주장에까지도 이념을 들이대고 있다”며 “전원책 변호사의 표현대로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제는 이런 게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되어 사회 전반적으로 경직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데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해도 쉽사리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보여주는 것은 전두환의 모습일 뿐”이라고 일침을 놨다. 진 교수도 제 교수에게 “다른 나라에 살다 온 사람 같다.”고 비판하면서 “미네르바 사건에 대해 장관이 사법처리 언급을 분명히 했다. 요새 나에 대해 ‘교수님 몸조심 하세요’라는 댓글이 붙는다”고 말했다.
김제동 “사이버 모욕죄 반대 …자율 정화로 충분”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나경원 의원은 “사이버 모욕죄는 최진실 사망 이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촛불과도 관련이 없다”며 “모욕행위의 전파 가능성과 피해확산 속도를 고려해 별도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 친고죄는 주관적인 것이고, 모욕의 감정에 대해선 ‘객관적 주관처리’를 하게 돼있다.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 교수는 “주관적 명예훼손을 객관적 판단한다는 것은 주관과 객관의 형용모순”이라며 “인터넷서 가장 많이 욕먹는 사람이 나다. 온갖 욕설이 다 나오지만 하나도 모욕감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검찰이 내가 모욕감을 느낀다고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황당하다. 또한 검찰 인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보호해줄 사람은 관료나 국회의원 등일 것이다. 저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경찰이 전화해서 ‘모욕감 느끼냐’고 물어 '예'하면 처벌하는 게 법이냐”고 덧붙였다.
신해철 씨도 “나 역시 가장 많이 욕먹는 사람”이라며 “욕 먹어서 오래 산다면 거의 영생의 길에 들어설 정도지만 나 역시 모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제동 씨도 사이버 모욕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 사회가 IT강국이라고 불리고 있고, 하드 파워보다 소프트 파워가 지배한다고들 한다”면서 IT안에는 단순히 기술적인 하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다 있다. 마음은, ‘선플운동’이라든지 민간의 자율정화에 맡겨도 충분히 네티즌들이 그 정도 문화는 소화해낼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이제 안티가 생길지 모르고 옆에 대선배들을 모시고 갈지도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시민들을 믿어주셔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잘했다 '6.5%'
한편 ‘100분 토론’은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한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잘했다’는 평가는 6.5%에 그쳤고 '잘못했다'는 평가가 49.7%로 나타나 현격한 대조를 이뤘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43.2%였다. 또한 2009년 전망에 대해서는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40.8%, ‘잘못할 것’이라는 응답 21.8%, ‘보통’이 35.7%였다. 이를 두고 나경원 의원은 “잘했다와 보통을 합치면 49%다. 이 정도면 앞으로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10년 간 달라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국정철학으로 볼 때 대못이 여기저기 박혀있어 빼려하다 보니 혼란을 심어준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유시민 전 장관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내년엔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게 나타난 것은 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 아니라 '제발 좀 잘해 달라'는 절박한 호소”라며 “또 잘못하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하는 호소”라고 맞받았다. 그는 “이 여론조사 결과는 위안 받을 결과는 아니라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경제 살리기ㆍ일자리 만들라고 뽑아줬던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다 엎으려 했던 것이 문제”라고도 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노무현 정권 1년 때와 같이 이명박 정부 1년도 똑같이 혼돈, 카오스 상황”이라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그는 “말 많은 대통령, 인사난맥, 금융위기를 예측 못 한 관료들이 문제”라고 이명박 정부가 ‘실용’만 내세우는 것을 두고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영혼이 없는 정부라 비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 지경임에도 이명박 정부가 정신 차린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길은 딱 하나, “확신은 총살로 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영국의 군인이자 사학자인 로렌스 올리비에의 말처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이명박을 총으로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원칙이 그렇다’는 것일 뿐...... (프레시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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