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 상수리나무 위에 올라간 난장이가 보낸 편지

녹색세상 2008. 12. 17. 13:29
 

대구의 ‘어머니산’인 앞산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또 새로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산터널 공사의 시공업체인 태영건설은 지금 발악을 하며 불법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대구 파동 용구골 공사구간의 선사시대 유적지를 발견해 문화재청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태영건설은 불법공사를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불법공사에 대한 벌금쯤이야 가벼이 여기면서 이 거대한 ‘앞산의 악의 축’인 태영건설은 막무가내 공사를 벌이고 있고, 대구시는 이를 수수방관하다 못해 묵인동조하고 있는 꼴은 가히 가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앞산 달비골 상수리나무 위에 설치한 ‘고공농城’의 첫 성주인 오규섭 목사.


아무리 소리 높여 외쳐도 들어주지 않은 이 거인에 맞서 ‘난장이’들인 ‘앞산꼭지’들이 할 수 있는 싸움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단한 것이 ‘나무 위 농성’입니다. 힘없는 난장이들이 벌일 수 있는 최후의 몸부림은 커다란 성을 쌓고 거대한 골리앗에 대항해서 막는 일뿐입니다. 흔히들 고공농성이라 하는 이 ‘고공농城’의 첫 성주로 대구지역에서 오랫동안 목회를 했고, 대구지역의 고난 받는 이웃이 있는 곳에 늘 함께하는 ‘이웃교회’ 오규섭 목사님이 오르셨습니다. 목사님은 이 추운 동지섣달에 일주일 동안 단식기도를 하면서 이 공사로 인해 사라져간 수많은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고, 우리 사회의 힘없는 ‘약자’들과 함께 하고자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무 위 농성’ 나흘째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건강한 모습이고, 잠도 잘 주무신다 합니다. 그러나 그 높은 곳의 칼바람 앞에서 외로운 천막에 몸을 누이고 얼마나 편히 지낼 수 있겠습니까? 추운 겨울의 이 칼바람을 목사님이 피할 수 있는 길은 하루 속히 태영건설과 대구시가 정신을 차려 불법공사를 중단하는 것 뿐입니다. 태영건설과 대구시의 조속한 입장표명을 원합니다.


어제 목사님을 만나러 앞산꼭지가 ‘나무 위 농城’에 올랐습니다. 예상대로 칼바람이 세찼고 자동차공화국의 ‘아스팔트 벌레’들의 소리는 요란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하루인들 제대로 잘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목사님은 이런 조건은 아랑곳 않고 여전히 당찬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이제 대구시민들과 전국의 모든 산과 생명붙이들을 존귀하게 여기는 ‘인간들이 나서야 할 때’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희일비하지 말고 대구처럼 ‘우직하게 싸우라’고 하셨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아닌 것을 보고 저항하는 것은 아름답다’고 합니다. 이 아름다운 일에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분들의 관심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