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수용되어 있는 아이들

녹색세상 2008. 11. 26. 16:39

 

내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 가까이 ‘미감아’ 시설이 있다. 다른 고아원과 달리 부모 중 누가 한센병에 걸렸으나 감염되지 않은 아이들을 보살피는 곳이다. 우리 사회가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편견이 아직 많아 이미 병이 완치되었음에도 한센병을 앓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부모와 헤어져 이런 시설에서 지내야 하는 이산가족이 되고 만다. 엄밀히 말해 아동시설에서 보호하는 게 아니라 집단 수용되어 있다.  2차 대전 후 전쟁  고아가 많이 발생해 대규모 시설을 지어 수용을 했으나 일반 가정과 달리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스스로 독립하기보다 의존적이 되는 등 문제를 발견한 유럽 국가들은 집단 수용에서 소규모 가정으로 아동복지 정책을 바꾸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집단수용’을 고집하면서 시설에 있는 아동들을 ‘별종’으로 취급해 철저히 왕따 시켜버린다. 어린 시절에 받은 그 상처는 일생을 가기 마련이다. 감염의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부병의 하나인 한센병 전력이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부모들과 ‘격리수용’ 되어 있는 어린 생명들의 인권은 어느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자식을 떼어 놓아야 하는 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만 한다면 끔찍한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살기 빠듯한 가운데도 해외입양보다 국내입양이 늘어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성숙해졌다. 국가가 입양아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만 책임진다면 사랑으로 키울 가정은 더 늘어날 것이다.


북서 유럽 국가들은 교도소도 각자의 생활을 보장해 사회 적응 훈련을 하고, 출퇴근하는 개방형으로 바꾸고 있다. 그런데 우린 죄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앞길이 수 백 만리 같은 어린 생명들을 집단 격리 수용하고 있다.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과 시설에서 관리 대상으로 자란 아이들이 무엇이 다른지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질문이다. 하루빨리 수용시설을 없애고 가정에서 돌 볼 수 있도록 아동복지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아동들을 집단 수용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임을 대한민국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래저래 대한민국의 인권 지수는 내리막길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