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나경원 의원의 여교사 비하 발언

녹색세상 2008. 11. 16. 09:44
 

‘소양이 의심스러웠다’…지역의 한 인사 ‘그런 발언은 사실’


“1등 신부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부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부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부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제6정책조정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지난 11일 진주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경남여성지도자협의회 심화교육과 제8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특강 자리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강민아 진주시의원(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나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 1번은 교원평가제인데 우리나라 선생님들의 처우가 괜찮은 편”이라 말하며, 신부감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나 의원의 강연에 대해 강민아 시의원은 “강연 주제와 전혀 다르게 이명박 정부 하소연으로 일관해 실망스러웠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소양마저 의심스러웠다”고 밝혔다. 특히 나 의원은 “공무원들이 지난 10년 동안 너무 변해 청와대에서 오전에 논의된 내용이 오후에 야당 의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일하기 힘들다”면서 “공무원은 정치중립의무가 있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 나경원 의원은 지난 11일 진주시청 시민홀에서 여성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사진:경남매일)


나경원 의원은 강연에 앞서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한나라당 지지자들이시죠? 정말 국회의원 사모님, 시장 사모님까지 한마음으로 고생하셨기 때문에 지난 대선 때…”라고 말했다고 강 시의원은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시의원은 “공직자 아내의 대선활동까지 치하하면서 공무원 정치중립의무”라며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정영석 진주시장의 부인이나 김재경 시의원의 부인은 그 칭찬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도 궁금했다”고 덧붙였다. 또 강 시의원은 “나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관련해서 정부가 잘못한 것은 딱 두 가지라며, ‘시기와 홍보’라고 했다”면서 “그러면 대통령은 왜 사과를 하고 추가협상은 왜 했는지, 진주시의회는 추가협상도 아니고 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써놓았다. 이날 강연을 지켜본 진주지역 한 인사는 “당시 나경원 의원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의 여교사와 관련한 발언을 전해들은 전교조 경남지부 소속 한 여 교사는 “국회의원이 농담으로라도 그런 발언을 했다하더라도 문제이며, 여성이 그런 말을 했다는 점에서 더 문제”면서 “여교사들이 그런 말을 들었다면 대부분 수치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의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의원이 공식석상에서 왜곡된 결혼관을 피력한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의원 “교사가 우수하다는 말…비하 의도 없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교사들을 비하한 게 아니라 교사들이 우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 교사들이 우수한 사람들인데,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 단초가 교원평가제 도입이라고 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이야기처럼 교원 대우가 나쁘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교사가 우수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한 것인데 비하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경남여성지도자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논의해서 강사를 정했다”면서 “당시 행사 관계로 왔다 갔다 해서 나 의원의 구체적인 강연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해 한나라당 일색인 경상도의 유지들은 ‘가제는 게 편’이란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명색이 집권 여당의 정책 조정위원장으로 국정원의 차장과 만나 업무 조율을 할 정도로 실세인 여성의 성인지적 관점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다니 정말 통탄할 노릇이다. 이혼이 무슨 죄가 되며 아이가 있는 게 문제가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나경원의 입에서 ‘출산률 저하’와 관련한 말을 듣기 힘들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