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담임교사가 공고에서 전학 온 학생 폭행

녹색세상 2008. 11. 5. 13:57

  

초등학생에 대한 체벌을 넘어 엉덩이에 피멍이 들도록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 대구 모 여고에서 교사가 몽둥이로 엉덩이 때리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뺨까지 때리는 폭력 사건이 또 일어났다. 이런 와중에 공고에서 전학 온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서울 강북의 모 고등학교에서 또 벌어졌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국어대사전에 찾아보면 폭행은 ‘난폭한 행동’이고 폭력은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쓰는,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이 따위의 수단이나 힘. 넓은 뜻으로는 무기로 억누르는 힘을 이르기도 한다.”고 되어 있으니 남을 때리는 것은 폭행이 아닌 폭력이다. 학생들에게 뺨을 때리거나 몽둥이로 신체를 때리는 것은 폭력임을 분명히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술을 배우는 공고가 적성에 맞지 않아 2학기에 전학 온 1학년이 ‘합습분위기’를 해쳤다는 게 폭력을 행사한 교사의 변명이다. 단순히 폭력에 그치지 않고 심한 인격적인 모독을 주는 언어폭력도 있었다는 게 피해 학생의 말이다. 전교 1등에서 2등으로 내려갔다는 게 폭력을 휘두른 이유라니 너무 어이없다.

 

  ▲ 공고에서 전학 온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폭력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북의 모 고교(사진:오마이뉴스)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른 담임교사는 “때린 것은 잘못이지만 인격적인 모독은 하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때린 것이 인격적인 모독이 아니란 그 말에 ‘학생인권’은 들어갈 자리가 전혀 없다. 폭력을 휘두를 정도면 그 전에 언어폭력이 있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임에도 교사란 자는 자신이 휘두른 게 폭력이란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맞은 ㄱ 군이 전학온 되 전교 1등이던 반이 2등으로 내려가 화가 나 있던 차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폭행’이라고 한다. 폭력이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결코 우발적이 아니다. 폭력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대등한 관계가 아닌 약자를 향한 모든 폭력이 결코 우발적이 아니란 것을 잘 안다. 폭력은 철저히 내재화 되어 있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른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이 재발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통계 결과가 보여주듯 학교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가진 교사가 약자인 학생에게 휘두르는 폭력 역시 수시로 재발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분명히 말하건 게 강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결코 우발적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폭력에 대해 명확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아니 이런 학원 폭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과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투성이라면 너무 불안하다. ‘함께 하는 것’을 배우지 않고 일등에서 꼴찌까지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한 교사나 학생 모두 무한경쟁에 내몰릴 수 밖에 없고, 모두가 피해자임에 분명하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인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만다. 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올지 모른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훗날 가해자로 둔갑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자식들을 폭력의 도가니에서 구할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