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간통죄가 합헌이라는 헌재 판결을 보고

녹색세상 2008. 11. 1. 13:35
 

헌법재판소가 10월 30일 ‘간통죄’ 위헌 소송에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니 묻는다. 아직도 ‘간통죄’가 필요하다고? 웃기지마라. 간통죄가 필요한 건, 간통죄를 입증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 이야기다. ‘물증’ 없인 간통죄도 없다. 남녀가 중요한 과정에 있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속옷차림으로 서있는 걸 목격했어도 소용없다. 증거 불충분으로 ‘간통죄’가 성립 안 된다. 추측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간통죄가 가정을 지켜준다고? 정말 웃기는 소리다. 간통죄는 ‘이혼 소송’ 때에만 고소가 사용 가능한 형사 소송이다. 이혼 소송은 민사 소송으로 따로 가야 한다. 결국 간통죄는 가정을 깰 때만 행사할 수 있는 ‘친고죄’다. 배우자가 ‘간통죄’로 고소해야만 법정에 서니 고소 없으면 ‘간통죄’도 없다. 간통죄로 법원까지 갔더라도 고소를 취하하면 또 그만이다.

 

결국 ‘위자료’를 두둑이 받거나 양육권이 해결되면 취하하기 일쑤다. 결국 재산 분할에 유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간통죄가 있어서 그나마 배우자가 간통을 하지 않는다고? 웃기지마라. ‘간통죄’ 있어도 간통 할 인간들은 잘만 한다. 모텔에서 잠깐 쉬었다 가는 남녀 분들이 어디 20대 화려한 싱글들 뿐인가? 그 분들이 모두 독신일까? 하다하다 이젠 ‘간통’이 대세이자 유행인가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거기다 간통죄 무서워 ‘간통’을 망설이는 배우자와 사는 부부관계가 정상인가? 정작 다른 남자ㆍ여자와 잠만 안 잤다 뿐이지. 결혼 생활 자체가 깨진 쪽박이나 마찬가지다. 몸만 외도를 안 했지, 마음은 외계인이다. 그래도 결혼 생활이 유지된다고 봐야 하나? 간통죄라도 있어야 그나마 ‘외도’한 배우자를 응징할 수 있다고? 미안하다. ‘응징’ 개념 바랜지 오래다. 간통죄, 구형량이 세지 않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9명 가운데 5명이 ‘간통죄 위헌’을 말할 정도인데, 그분들보다 젊은 재판관들이 포진한 법원은 어떨까?

 

 

옥소리를 놓고 언론은 옥소리가 ‘2년 징역 받을까?’ 떠들지만 실상은 ‘글쎄’다. 2년형은 간통죄 최고형이다. 옥소리가 뭐 그리 대단한 ‘간통죄’를 지었다고 최고형을 받을까? 거기다 간통죄 실형률은 실상 꽤 낮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간통죄 1심 판결 현황에서 실형률은  2006년 5.9%, 2007년 4.1퍼센트다. 간통죄로 고소당한 100명 가운데 4명 정도만 실형을 산다. 그것도 해마다 줄고 있다.

 

집행 유예율은 2006년 49.2%, 2007년 52.0%다. 실형률은 줄지만, 집행유예 판결은 증가 추세다. 간통죄가 약해지고 있단 증거다. 그 대신 민사 소송 때 유리한 증거로 활용된다. 결국 ‘간통죄’ 용도는 ‘응징’보다 ‘사례’다. 손해배상용 위자료다. 간통한 배우자가, ‘위자료’를 주는 걸로 종결되기 일쑤다. 어쩌면 협박용이다. 간통죄로 구속당해 볼래? 아니면 조용히 돈 줄래?


간통죄 존속 이유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고 가정 파괴를 막는 거라고? 이제 ‘간통’은 남자들만 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옥소리도 남자 아니다. 부정행위로 이혼한 사건 가운데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 꾸준히 늘고 있다.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한 소송은, 지난 1999년 36.2%에서 2002년 37.8%, 2006년엔 39.7%로 늘었다. 앞으로 더 늘 테다. 간통죄 위헌 소송을 낸 옥소리를 예로 들어볼까?

 

박철, 옥소리 이혼소송도 그렇다. 둘은 아직도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 중이다. 옥소리에 대한 ‘간통죄’ 형사 재판과 별도다. 박철은 아이의 양육권과 옥소리가 지닌 재산 20억의 반인 10억원, 그리고 위자료 3억 원과 매달 양육비로 200만원을 요구했다. 근저에 깔린 건 ‘간통죄’다. 그런데 기가 막히다. 결국 박철에겐 재산이 없는 걸로 드러났다. 그럼 그 동안 박철은 뭐했나?


‘YTN STAR’도 “단독 입수한 박철의 금융거래정보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박철의 총소득은 20억 정도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그 중에서 세금을 뺀 12억 중 박철이 9억 원을 넘게 신용카드로 사용했으며, 남는 돈은 3억 원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9년간 신용카드로만 9억 넘게 썼단 소리다. 박철의 거액 유흥비 사용에 대해 박철 측 변호사도 부인하지 않았다.

 

박철 측 변호사는 변론 때 “월수입의 대부분을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 관계자와 업무관계상 술자리를 한 것으로 사회활동에 필요한 수준의 돈을 사용한 것”이라고 밝힌 걸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재판부도 인정했다. 지난 9월 26일 열린 박철과 옥소리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무관심과 늦은 귀가, 수입의 상당부분의 유흥비 지출 등 원고와 피고가 대등하게 이혼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이혼에 있어서는 양측 모두에게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옥소리가 자신의 재산 중 8억 7천여만 원과 양육권, 매달 양육비 100만원을 박철에게 지급하라 판결했다. 박철이 재산 형성에 기여해서란다. 어떻게 어린 아이 양육권이 엄마보다 아빠에게 갔을까? 재미있는 건 또 있다. 박철은 지난 해 옥소리에게 이혼 소송과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뒤 옥소리를 간통죄로 고소했다. 이어 이혼의 책임을 옥소리에게 물어 재산분할금액과 별도로 위자료 3억원과 딸 양육권과 월 200만원의 양육비를 추가로 청구했다.

 

참으로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가 결혼 생활을 지키기보다 ‘유흥’에 힘쓰느라, 집에 들어오기보다 버는 수입을 다 써버렸지만, ‘간통죄’ 하나로 모든 게 상쇄됐다. 그런데 아무도 묻지 않는다. 박철이 유흥으로 늦은 귀가를 일삼았다면, 그 동안 아이는 누가 돌봤을까? 상식을 넘어선 거액의 유흥비에 ‘간통’ 의혹은 없을까? 왜 욕은 옥소리 혼자 다 먹고 있을까?


우선 간통죄는 ‘친고죄’다. 배우자가 고소해야 ‘죄’가 된다. 배우자가 문제 삼지 않으면 죄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간통죄’가 필요하다면, ‘친고죄’로 되겠나? 무슨 죄가 배우자 마음인가? 무슨 죄가 이리 오락가락인가? 부족하다. 아예 ‘친고죄’를 폐지하라. 배우자가 고소하건 말건, 걸리면 처벌하라. 아주 옥소리도 처벌하고, 박철이 쓴 유흥비 내역도 밝혀라. 뭘 하느라 그리 많은 유흥비를 썼는지 수사하라. 간통 의혹은 없는지 밝혀라. 부인들이 고소하건 말건, 남편이 성매매 의혹도 수사하라.

 

돈 안 내고 좋아서 저지른 ‘외도’만 ‘간통’이 아니다. 돈 내고 한 ‘외도’도 간통이다. 간통을 대하는 두 가지 자세를 정립할 게 아니라면 둘 다 죄를 물어라. 아예 국가가 대대적으로 ‘간통 단속’에 나서라. 모텔에 든 남녀를 모두 단속하라. 남녀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유부남이거나 유부녀면 ‘간통죄’로 처벌하라. 어떻게 애들 키우기도 바쁘거나 가족 벌어 먹이기도 바쁜 배우자가 자기 배우자의 간통 여부까지 챙기겠나? 괜히 눈치 없게 배우자 간통도 모르는 배우자만 바보 만드느니 깔끔하게 단일화 하자.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모든 ‘간통’을 국가가 감시하고 책임져줘라.


‘간통죄’가 그렇게 가정을 보호하고 지키는 거라면. 그게 아니라면 간통을 허하라. 아니, 간통을 선택할 자유를 줘라. 스스로 ‘간통’하지 않고 결혼에 최선을 다할 자세를 허하라. 그리하여 간통죄를 없애라. ‘간통’이 이혼 소송 때 확실한 벌점으로 작용하게 하라. ‘간통’으로 결혼이 깨졌다면, 결혼을 깨뜨린 책임을 지우게 하면 된다. 재산 분할 소송에서 ‘배상’ 측면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만들면 된다.

 

‘간통죄’ 없어도 잘 굴러가는 외국 사례가 그렇다. 내가 혹은 배우자가 누구와 잘 지 스스로 결정하게 내버려둬라. 성인 남녀의 이불 속에 대고 국가가 일일이 배 놔라, 감 놔라 할 게 아니라면. 겁 줘서 외도를 막는다고, 결혼이 안 깨지는 건 아니다. 깨질 결혼은 뭘 해도 깨지고, 안 깨질 결혼은 뭘 해도 안 깨진다. 괜히 ‘간통죄’ 공방하다, 애들 마음만 깨진다. 엄마 아빠가 딴 남자랑 잤네 안 잤네로 형사 법원에 들락거리고, 감방 가는 걸 애들이 알아야 하나? ‘간통죄’가 필요한 세상은 이미 저 멀리 도망갔다. 이걸 모르고 합헌이라고 우긴 헌법재판관들이 불쌍할 뿐이다. 제발 인터넷이라도 보고 성평등 교육부터 받고 성인지적 관점을 높이는 게 살아 남는 유일한 길이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