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이랜드노조 파업 현장 사진 속으로.....

녹색세상 2008. 11. 21. 23:21

                

낡은 신문 한 장을 읽는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해 6월30일. 이랜드 그룹이 계산 업무를 외주화하며 계약 해지를 한 데 맞서 비정규직 ‘아줌마 조합원’들이 홈에버 서울 상암점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애초 1박2일 계획이었으나 조합원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나갈 수 없다”며 20일을 버텼다. 출구는 쉬 보이지 않았고, 조합원 수백 명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고소ㆍ고발당하고, 300억원 가까운 소송을 당했다. 막막한 살림 걱정에 한없이 느린 탄식도 이어졌다. 정규직 노조 간부들은 비정규직 싸움에 몸을 던졌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발달장애가 염려된다는 진단을 받은 두 아들을 치료하면서도 파업을 이끌었다. 지금 이혼을 전제로 아내와 별거 중이라 앞날이 막막하기 그지없다.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해고돼 받은 퇴직금 7천만원을 투쟁비로 내놓았다. 그렇게 500여 일을 싸웠다.2008년 11월14일 저녁. 이랜드노조는 홈플러스 서울 월드컵점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마지막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전날엔 홈플러스 본점에서 파업 종결을 선언한 뒤 노사합의문 조인식도 했다. 


추가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고용 보장 등을 약속받았지만 김 위원장 등 핵심 간부 12명은 회사의 거부로 복직하지 못했다. 황선영 월드컵분회장 직무대행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마지막 투쟁문화제에서 김경욱 위원장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아들 강민군의 수줍은 미소는 환했다. 510일의 파업은 긴 시간이었다. 어느덧 신문지는 노랗게 색이 변하고 부풀어 올랐다. 그 낡은 사진기사 속으로 손을 내밀어 만져 보자, 아직 따뜻한 그 사진을.....(한겨레21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