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강남성모병원의 하느님은 어디 계시는가?

녹색세상 2008. 11. 5. 11:33
 

강남성모병원 투쟁 49일 째…병원 측, “압수물품 모두 버려”

 

 

 

강남성모병원 본관 로비에 마련된 성모병원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농성장이 4일 오전 7시 반 침탈당했다. 병원 측은 수간호사, 각 부서 팀장, 행정팀 직원, 병원 보안요원 등 60여명을 동원해 농성장에 있는 선전물을 비롯해, 조합원들의 개인물품까지 모두 압수했다. 이는 치우기 전에 물건의 주인에게 사전 통보를 하고 그래도 치우지 않으면 몇 차례 알리고 나서 정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절도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병원의 직원들이 절도란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날 오후 3시 반 강남성모병원 본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병원 측의 로비 농성장 침탈을 비판하는 한편, 지난달 27일부터 벌여온 ‘두 번째 로비 농성’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규탄 집회에 참석한 이영미 조합원 대표는 “우리가 있을 곳은 로비 밖에 없고, 다른 곳은 병원 측에서 관심이 없다”며 “오늘(4일) 밤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다시 로비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규탄 집회에 참석한 박정화 조합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레디앙 손기영)

 

이 대표는 이어 “오늘 아침 병원 측에서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농성장의 피켓, 선전물들을 모조리 빼앗아 갔다”며 “병원 로비에서 벌이는 서명운동에 동참한 분들이 벌써 3,000명이 넘었는데, 우리의 투쟁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것을 병원 측이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다”이고 말했다. 박종묵 강남성모병원 조합원은 “지난달 29일 병원장과의 면담이 이루어졌고, 앞으로 강남성모병원 문제가 대화로 풀리기를 기대했다”며 “병원 인사팀장의 진두지휘 하에 다시 폭력으로 문제를 풀려고 할지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박 조합원은 “로비에 있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로비에 들어와 농성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저희는 끝까지 대화로 문제를 풀고 싶기 때문에, 병원 측으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면서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옥순 르네상스호텔 노조위원장은 연대발언에서 “오늘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장을 침탈당했는데, 이 자리에 강남성모병원 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 가슴이 아프다”며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성모님이 알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희 다함께 활동가는 연대발언에서 “강남성모병원에서 정규직노동자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자신들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잘 설명해, 투쟁의 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 반 규탄 집회가 끝난 뒤,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에 압수된 물품을 돌려받기 위해, 병원 인사팀을 찾았다. 임인희 강남성모병원 인사팀장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며 발뺌을 했지만 조합원들이 계속 추궁하자, “업무에 방해가 되어서 모두 버렸다”고 말했다. 설사 치웠다 할지라도 주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은 법 이전에 상식적인 문제다. 이에 조합원들이 항의하자, 인사팀 직원들은 조합원들을 사무실에서 쫓아냈고, 병원 보안직원들이 인사팀 사무실 입구를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박정화 조합원이 미처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고, 인사팀 우 아무개 직원으로부터 모욕적인 욕설을 듣는 상식 이하의 언어폭력이 난무했다.

 

  ▲ 11월 4일 밤, 조합원들은 병원 본관로비에 농성장을 다시 마련할 예정이다. (사진:레디앙 손기영)


4일 밤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화요 촛불문화제’를 마친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본관 로비로 들어갔으며, 11월 5일 오전 현재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두 번째 로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02년 가톨릭중앙의료원 병원이 217동안 파업하며 싸웠을 때 병원 내 성당으로 피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신부가 체포 영장에  서명을 해 조합원들이 경찰에 연행 당하는 사태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강남성모병원의 상급기관인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운영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이사장이자 교구장인 정신석 추기경은 종교인의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아와 홀로 된 여성을 돌보라”고 하신 예수의 말씀과 “약자의 짐을 져 주라”고 가르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악한 짓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