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달러와 스와프는 더 큰 덫으로 가는 지름길

녹색세상 2008. 11. 2. 11:42

너무나 가관인 청와대, ‘부시 대통령의 네 번 째 선물’


보수 논객 조갑제 월간조선 전 대표는 3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6.25 남침 때 미군 파견, 외환위기 때 IMF 지원, 이번엔 한미(韓美)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국은 좋은 짓을 한 게 너무 많다’고 극찬을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확히 보자. 14개국 중 한 나라일 뿐이다. 300억불은 한국 외환보유고의 1/8 수준이다. 이걸 가지고 미국에게 간택 받은 냥, 온갖 아양과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이들에게서 뿌리부터 사대주의 냄새가 난다. 바로 10월 30일 한국은행은 기업경기 실사지수가 IMF직후인 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발표했다. 9월 광공업생산은 7년만에 마이너스증가율을 나타냈다. 현장에서 겪고 있는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선물’운운하는 이들에게 무슨 국민을 위한 경제관을 기대하겠는가. 한국의 외환보유고 현황이 2400억 달러다. 한국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튼튼하다고 한국경제 걱정 말라지만 무디스를 비롯하여 세계신용평가회사, 파이낸셜타임즈를 비롯한 언론들이 한국경제에 비관론을 넘어 파산론을 들먹이고 있다. 10분의 1정도의 금액을 가지고 위기에서 벗어났느니 하는 이는 경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300억 달러? 조지 소로스 혼자서 15년 전 유럽 환투기로 두 달 동안에만 20억 달러를 벌었다. 한국의 일일 외환거래액이 400~600억 달러다. 300억 달러는 외국인들이 매도 랠리를 펼치기 시작하면 실제로 아무 의미 없는 금액이다. 장하준 교수는 스왑체결을 두고 ‘폭풍우 속 우산 하나 펼친 것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근본적 시스템에 대한 고민 없이 달러스와프는 밀물에 쌓은 모래성이다. 그러나 누구도 외환시장 통제 등 근본적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급한 건 오히려 미국. 12개국 전격적 협정체결


급한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다. 미국이 기존의 2개국 말고도 한꺼번에 통화스왑 협정을 12개국 더 늘린 건 달러패권이 위기에 처했다는 반증이다. 미국이 통화스왑으로 노리는 바는 두 가지다. 돈을 직접 퍼 줘서라도 각국에 퍼진 미국자본의 탈출을 도와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언제까지 한국처럼 국민연금으로 탈출하는 미국자본의 이익을 실현해 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가장 안전한 건 역시 미국이 직접 나서는 것. 실제적 효과+심리적 효과로 주가를 일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목표한 만큼 주가가 올랐을 때, 외국자본들은 일거에 한국을 탈출할 것이다. 통상 달러가 미국 밖으로 나가면 80%는 미 재무성 국채 같은 달러표시자산에 투자된다. 통화스왑으로 뿌려진 달러들은 적어도 반은 달러표시자산으로 미국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런 방식은 2008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받는 것이다. 기형적인 달러패권 체제에 대한 근본적 회의 없는 동맹이고 협정이고는 위기를 뒤로 미루고 몇 배로 확대하는 일밖에 안 된다. 


만일 달러의 위상에 손실을 입으면 이 14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통화스왑을 통해 시장을 진정시켰으니(또는 그렇게 믿고 있으니)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다. 자국의 경제상황과는 아무 관련 없이‘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을 따라야 한다. 얼마 전 7개국 중앙은행이 FRB따라 금리를 동시에 인하한 것처럼. 미국경제는 붕괴 이후의 붕괴를 기다리고 있다. 2010년까지 미 주택값은 40%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 골드만삭스와 JP모건도 안전할 수 없다는 관측 등. 내수경제를 부양하던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고 미국을 먹여 살리던 금융산업도 위험하다는 것은 미국이 몰락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더한 것은 영원하리라는 달러패권이 붕괴할 조짐을 보인다는 거다. 이미 통화블럭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러시아 통화협정, 남미 MERCOUSUR 통화협정, 결제화폐 유로화로의 전환... 이런 흐름 속에 한국은 이미 미국의 벗을 수 없는 저주의 우산 아래 스스로 들어간 것이다.


자살하는 오빠 손잡고 물에 뛰어들다 오빠가 맘 변해면 오빠는 살아도 여인은 죽는다. 지금 한국 상황도 그런 지경이다. 한국은 죽으러 가는 미국의 손을 당장 뿌리치고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몰락이 가시화될수록, 한국은 종교처럼 떠받든 미국신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제약되던 경제에 대한 상상력이 더욱 펼쳐질 수 있다. 맞잡은 손을 줄로 묶어 고정하려는 미국으로부터 어서 벗어나는 것 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을 빨아먹어 왔으며, 외환위기 이 후는 바로 빨대를 꽂아 빠는 흡혈귀 짓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마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가 살 길은 전혀 없다. (금융경제연구회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