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유인촌은 ‘이명박 졸개’란 그 말이 억울한가?

녹색세상 2008. 10. 27. 14:26
 

‘MB 졸개’가 억울한가, 5년 전 대통령은 ‘개구리’였다


웬만하면 욕 안 하고 살던 사람들이라도 장관의 욕설이 방송을 타는 장면을 보면 입이 근질근질했을 법 싶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은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참았을 것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기자들과 카메라에 대고 욕설을 내뱉었다. 앉아서 읊조린 혼잣말이 아니라 대놓고 삿대질을 해 가며 내뱉았다. 정색을 하고 일어서서 ‘쌍시옷’을 남발하는 저잣거리 필부(匹夫)의 행태를 보였다. 이게 대한민국의 문화를 대표한다는 자의 태도요, 국가의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책임자의 의식수준이었다.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다. 왜 그랬을까? 명색이 일국의 장관인 그가, 거기에 평생 방송물을 먹은 스스로를 ‘배용준급’으로 자처한 인물이었다. 국감장에서 위원장에게 고함을 지르면 카메라가 몰린다는 ‘초딩’도 알 만한 생리를 몰라 배우가 놀란 이런 상황을 자초 하고 말았다. 방송 탄 이후 “욕설이 아니었다”며 “격한 감정을 자신에게 드러낸 것”이라는 해명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자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만 갖췄더라도 이런 작태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정치관련 뉴스를 ‘최소한의 수준’에서 훑어보기만 했어도 차마 그렇게는 못했을 것이다. 유 장관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참을 수 없었는지 모르지만 정부ㆍ여당이 주구장창 외치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당시 집권세력은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수모를 수없이 겪었다는 것을 유인촌은 전혀  몰랐다. “장관, 차관, 공공기관 낙하산 대기자들은 이명박 휘하이자 졸개들”이라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물론 잘 됐다는 건 아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이명박 대통령을 호칭 없이 부른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이런 막 나가는 듯한 언행에도 그럴만한 배경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봐야 하는 게 장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할 최소한의 상식 아닌가? “10년 전 부도난 국가 넘겨받았다. 지금 정권은 8개월 만에 600억 불 까먹었다. 사람들이 지난 10년이 그립다고 하는 이명박 정권은 국민 앞에 머리 조아리고 참회해야 한다. 정권 잡자마자 주가 3000 얘기했다. 그렇긴커녕 8개월 만에 40% 삼켰다. 정권 사기극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 어디 나와 웃을 자격 없다.”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이 의원의 발언이다. 조금 거칠지만 틀린 말은 없다. 한나라당이 그토록 외쳤던 ‘잃어버린 10년’ 동안, 아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기간으로만 압축해도 한나라당은 참 수준 이하의 언동을 보였다.

 

뜬금없이 전직 국가원수에게 ‘치매노인’을 운운한 어느 여자의원은 현직 국가원수에게도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한다’는 망발에 가까운 발언을 해댔다. 다른 의원도 ‘뇌의 일부가 없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뿐 아니다. 2003년 한나라당의 김모 의원은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물의를 일으켰고, 이 발언 1개월 전 ‘노무현 대통령과 개구리의 닮은 점 5가지’를 소개한다며 “올챙이 적 모른다,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가끔 서글프게 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생긴 게 똑같다”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떠든 쪽이 한나라당이었다.

 

3년 전 똑같은 국감장에서 선천적으로 말을 더듬는 오거돈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은 자신의 어눌한 말투를 흉내 낸 한나라당 의원에게 철저한 인격모독을 당했다. 그래도 참았다. 욕설 비슷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더듬이도 장관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글에 기뻤다”며 자신의 장애를 고백했던 오 장관의 5개월 전 글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야당에 뺨 맞고, ‘사진기자’에게 화풀이한 유인촌, 국감장에서 ‘사기꾼’ 등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며, “이렇게 후레쉬가 떼로 갑자기 터지는 바람에 제가 너무 깜짝 놀라서 얘기를 하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라고 손짓을 해가며 뒷짐을 진 채 해명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통탄스러울 만큼 안쓰러운 그들의 ‘기억용량’


한나라당의 반응은 올곧다. 현직 대변인은 “도대체 대한민국 국회의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대통령에게 공공연히 모욕을 가한 분도 국민 앞에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했고, 전임 대변인도 “아무리 같은 당 출신 대통령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며 이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통탄스러울 만큼 안쓰러운 기억력이다. 자기들은 국가원수에게 “개구리와 생긴 게 똑같다”고 했지만 상대는 아직까지 ‘마우스’ 비슷한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기들이 거리낌 없이, 아니 훨씬 강도 높게 구사하던 비유법들을 상대가 조금만 차용해도 전혀 생소하다는 듯 반응한다.

 

한나라당이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바로 이런 점이 가장 치명적인 이유일 것이다. 유 장관은 지난 3월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임기 보장도 좋지만 그것은 정치와 상관없는 경우일 때 그렇다”고 말해 문화계엄사령관을 자처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단숨에 문화예술을 정치와 밀접한 것으로 승화시켰을 뿐 아니라 법이 보장한 이들의 정당한 임기도 깡그리 무시하는 새로운 문화를 개척한 셈이다.

 

문화(文化)는 “권력이나 형벌보다는 문덕(文德)으로 백성을 가르쳐 인도하는 일”이다. 나아가 두산대백과사전은 “일반적으로 △구미풍(歐美風)의 요소나 현대적 편리성(문화생활ㆍ문화주택 등) △높은 교양과 깊은 지식, 세련된 생활, 우아함, 예술풍의 요소(문화인·문화재·문화국가 등) △인류의 가치적 소산으로서의 철학ㆍ종교ㆍ예술ㆍ과학 등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아마 반만년 역사와 유구한 문화유산에 빛나는 대한민국의 문화체육관광부장관님의 높은 교양과 깊은 지식 그리고 문덕이라면 작금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계실 것이다.

 

국감장에서 장관이 내뱉은 육두문자가 권력에 기댄 것인지 문덕에 기댄 것인지. 차관이라는 고위직에 계신 분이 여야의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팔짱을 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문화‘스러운지를....  그나저나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가 여파를 줄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요즘 딴나라당 하는 짓이나 아무 한 일없이 대불산단 전봇대 두 개 뽑아서 이빨 쑤시고 나머지는  아직도 그대로이니 참으로 갑갑하다. 사람 망가지는 건 한순간인데 보고 있자니 참 보기 안쓰러운 사람이다. 그나저나 카메라에 놀란 사람이 배우는 어떻게 했는지 정말 걱정이다. (한토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