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정부는 독배를 권하기 보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녹색세상 2008. 10. 24. 13:45
 

이명박 정부가 드디어 마지막 칼을 빼들었다. 22일 9조에 달하는 건설사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도 주가의 폭락이 이어지자, 한은의 발권력을 바탕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대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정부와 한은사이에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으며,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였다는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 즉 정부가 금융위원회를 앞세워 언론 플레이를 함으로써 한은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대한 유동성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는 형상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대책이 극단적인 극약처방이며 그 후폭풍의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정부가 구체적인 협의나 상세한 계획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함으로써 전체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고, 이러한 혼란은 실제로 정부의 정부이 시행이 될 때 그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광우(오른쪽) 금융위원장, 이성태(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한 자리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지난 8개월간의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서 너무나 잘 보아오지 않았는가?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팀의 인식이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물론 한은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시장에 개입을 하는 가에 따라서 증시부양 효과는 다를 수 있지만, 상식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은의 개입이 증시를 부양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작이 많다. 그리고 또 하나 문제는 현재 주가폭락을 견인하는 것은 외국인의 이른바 ‘Sell Korea’ 열풍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연일 계속되는 외국인의 매도주문이 주가폭락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이 이를 달러로 환전하여 본국에 송금하는 과정에서 환율은 급등을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주가폭락과 환율급등의 한 원인이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매도에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만일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이 무리하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게 유동성을 제공하여 주가 하락을 막는다고 하면 누가 그 이익을 가져갈 수 있을까? 아마도 그 이익의 대부분은 외국인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 너무나 자명해 보인다. 필자의 주장이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하는가? 한번 잘 따져보자. 우선 한은을 통해 정부의 유동성지원을 받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과연 자금을 어떻게 운영을 할까? 아마 주가지수 하락을 방어하는 방향으로 반응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주가하락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입장에서 본다면 인위적으로 주가하락을 막는 정부의 행태를 어떻게 생각을 할까? 정부의 약발이 다하면 또 한 번의 주가 폭락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을 할까? 아마 현재의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많은 주식을 팔아 치우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즉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주식시장이탈현상, 이른바 ‘Sell Korea’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명확해 보인다. 따라서 주가하락은 일정기간 막을 수 있지만, 환율의 상승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번 정부의 정책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호조건을 제공할 뿐 아니라 급등하는 환율에 부채질을 하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투자가가 거의 다 빠져나간 후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의 문제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외국인 투자가의 물량을 소화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 후에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까? 두 가지 경우로 생각해볼 수 있다. 세계경제나 한국경제가 좋아져서 자산의 가치가 오를 때 까지 주식을 보유하는 방법이 그 한가지고, 다른 방법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고 손절매를 통해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로써는 막대한 손실을 예상된다. 필자의 주장이 과격하다고? 불과 10년 전 IMF사태 직전의 종금사의 행위를 벌써 잊었는가? 결국 이러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손실은 국가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의미에서 국가 환란 사태를 야기할 위험성이 커 보인다. 이러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왜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일까? 현재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가장 큰 고민은 투자자의 대규모 ‘펀드런’이 발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고조된다고 하는 점일 것이다. 실제적으로 현재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펀드런 사태에 대비하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아 현금화를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이 낮은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공되는 유동성은 그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간 이명박 정부 행해온 대증 요법식 대책이라는 비장의 히든카드가 있다. 막상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부실이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정부는 또 다른 지원 대책을 내세울 것이다. 마치 대규모 건설사 지원 대책이나 제1 금융권 지원 대책처럼 말이다. 그러면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회복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의 ‘Oral Hazard’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금융기관의 붕괴 가능성이 제게 되고, 국제 유가의 급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수출을 증진하기 위해 고환율 정책이 필요하다는 발표를 한 정부가 이에 따른 문제가 발생되자 발언 당사자가 나와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버티며 실무책임자를 경질한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이명박 정부의 ‘Oral Hazard’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 자신도 발표를 할 때마다 “차 오일쇼크와 비견되는 경제위기―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탄탄하다.―세계경제위기가 심상치 않다.―지금의 상황은 IMF때와는 다르다.―지금이 IMF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말을 바꾸는 것을 보면서 정부를 신뢰할 미친놈은 없을 것이다. 뭐 이외에도 정부 당국자의 말 바꾸기는 끝이 없다. 대통령부터 장ㆍ차관에 이르기 까지 단 한사람의 예외도 없이 말이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정부 당국자의 ‘Oral Hazard’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원인으로 정부 당국자간의 의사소통의 부재와 이에 따라 끈임 없이 발생한 갈등과 충동을 지적할 수 있다. 이번 유동성지원 대책 발표에서 보여주었던 정부와 한은의 갈등은 수차례 반복된 바가 있다. 늘 정부는 한은과의 구체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책을 발표함으로써 여론을 통해 한은을 압박하여 왔다. 한은의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는 한은의 금리결정이나 통화정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국가정책이 좌우되는 것을 막고자 함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은을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와 한은의 끊임없는 갈등은 국가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야기하며, 결국 현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몰상식과 몰염치의 백미라 할 수 있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강장관은 “우리나라의 주가 및 환율변동 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큰 편이 아니냐?”라는 차명진 의원의 질의에 대해 “지난 정부의 금융개방 정도가 과했으며 이로 인해 자본거래에 거품이 심했다. 또한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투자가 너무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 된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 무슨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짓이라 말인가? 정말 몰염치의 절정을 보는 듯 하여 구역질까지 난다. 지난 12월 19일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의 첫 일갈이 “경제를 살리겠다.”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인수위 시절과 정권 출범을 통해 끊임없이 주장한 것이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며 외국인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이다.”였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 방문에서는 미국의 기업인들을 모아놓고 되지도 않은 영어를 구사하면서, 또 쇠고기 협상 타결을 전하면서 적극적으로 한국에 투자할 것을 권했고, 또 자신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공표한 것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외국인 너무 많이 투자를 했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좋게 만들어 준 것이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의 한 원인이라고? 이건 뭔가 좀 아니지 않는가? 과연 이러한 정부를 국민이든지 외국인 투자가든지 신뢰하고 따를 수 있을까? 이와 같은 면에서 본다면 즉 현재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실제적인 분석과 진단 없이 현상의 해소에 급급한 대증 요법식 정책, 임기응변식 땜빵정책, 말 바꾸기의 연속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극약과 같은 처방을 내리게 된 것이다.


즉 현재까지의 이명박 정부의 행태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이었고 결국 경제위기의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물론 현재의 경제위기가 많은 부분 국제경제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진 부분이 많지만 우리는 그 충격을 이중으로 겪고 있다. 이제 답은 나와 있다. 정부는 더 이상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직접적 지원 대책 보다는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아마 그 출발은 대대적인 인적쇄신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한 것은 청와대가 연말 개각설을 강도 높게 부인하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사실을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데 대통령만 부정을 한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갑갑한 지경이다. (아고라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