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떠나가는 달러’ 한국이 위태롭다

녹색세상 2008. 10. 24. 10:40
 

국제 금융위기 장기화 우려…정부, 달러 확보 시급

“재정…통화정책 적절활용 실물경제 추락 막아야”


한국 경제가 악순환의 늪 속으로 점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에서 시작한 외국인들의 달러 빼가기가 은행의 달러 및 원화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실물경제를 흔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주식뿐 아니라 국채와 부동산까지 팔며 한국을 떠나고 있다. 어디선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딱 부러진 해법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선진국이나 외환보유고가 많은 나라의 협력을 얻어 달러를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정ㆍ통화 정책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실물경제가 빠른 속도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일도 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45.8원 폭등해 1408.8원으로 장이 마감된 23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환전 창구에 달러·엔·유로 등의 매수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한겨레 신문)


리보 금리(런던 은행 간 달러 조달 금리)가 내리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미국 국채값도 떨어지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짐들이다. 하지만 이는 선진국 이야기일 뿐이다. 신흥국들은 잇따라 구제 금융을 선언하고 있다. 세계경제 후퇴로 신흥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나라에서 달러 탈출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달러 값은 급등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가 은행의 외화 신규차입에 지급보증을 선언한 것만으로 상황이 곧 호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국 통해 직접 달러 확보할 필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넉넉히 풀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화 차입 여건이 언제쯤 호전될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은행의 외채 상환과 기업들의 수출입 금융부터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뿌리인 달러 부족을 해소하려면 정부 차원의 달러 확보가 긴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지 않고, 외환보유고가 많은 일본이나 중국 등의 협조를 얻는 게 한 방법이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정부가 국제 공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수출이 많은 일본이나 중국이 원화의 초약세를 반기기 어려운 만큼 상생 방안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환율로 외화대출이 많은 기업과 수출입 업체가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은행과 제2금융권의 자금난은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실물경제 악화는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 악화로 이어져 달러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내수가 침체상황이라 물가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통화완화와 재정확대 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건설업계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긴급처방을 내놨지만, 위축된 유동성을 보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정택 원장은 “금리인하는 채권시장에서 달러 유출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외환시장 안정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실행까지 오래 걸리는 거대한 프로젝트보다는 효과가 빠른 저소득층 지원 등에서 재정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늪 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비책은 커녕 원인 분석조차 하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을 때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망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국민들을 다시 외환위기의 악몽으로 내몬다면 가만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겨레 기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