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노선 ‘민주주의 위한 사회연대’로
서울시장 후보 조기 가시화…단일 리더십 필요
분당 이후 총선과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그리고 지금도 가장 많이 듣는 진보신당에 대한 얘기는 ‘민주노동당에서 분당한 당’, ‘노회찬 심상정 당’ 이다. 낡은 민주노동당을 깨고 노회찬 심상정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서울수도권에서 새로움을 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진보 분열, 원외 소수, 조직(노동)기반 부재, 서울수도권(지역)당 등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솔직히 요즘 여의도 진보정치를 보면 갑갑하다. 진보신당이 제2창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새롭게 관심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과거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 나눠진 진보정당의 미래가 밝지는 않다. 다시 합치자는 얘기부터 ‘못 먹어도 고’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그 무엇 하나 속 시원하지 않다. 촛불이 꺼지면서 당원들의 참여가 낮아지고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상황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제2창당을 하는 것이고, 어떻게 해야 2010 지방선거를 매개로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것인지, 중앙당에서 내려온 토론 자료를 봐도 그동안 얘기된 것을 정리한 당원 교육자료 같고, 순회토론회 참여도 저조하고, 이러다가 상층 중심의 5% 당원의 당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러면 제2창당, 강남서초 지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앙당도 그렇고 지역에서도 위원장이 토론 자료를 올리고 토론하자고 하니 ‘함’ 해보자. 당원의 당이 되어야 한다고, 아래로부터 지역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수 없이 얘기 했으니‘실천해 보자. 그런 마음으로 제2창당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제출해 보고자 한다. 부족해서 논란의 여지도 있고, 예민한 문제로 이견이 발생하여 논쟁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어떤가. 많이 참여해서 시끄러워지면 좋은 것 아닌가?
먼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연대’가 기본노선이어야 한다.
사는 게 더 힘들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증가와 사회양극화의 심화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정치적으로도 이명박 정권의 등장으로 형식적 민주주의조차 후퇴하고 있다. 스스로 삶의 주인으로 자기실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 요구인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87년 이후 가장 크게 일어난 2008 상반기 촛불시위는 그 광범위한 저항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매개로 FTA 반대, 한미 간의 불평등, 건강권, 대운하생태환경, 언론과 사회공공성, 비정규직 등 다양한 의제가 쏟아져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반이명박과 함께 다양한 민주적 권리요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계급계층이 전국적으로 자연스럽게 연대를 형성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진보신당의 가치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현재 진보신당이 4대 가치로서 ‘평등, 생태, 평화, 연대’를 제시하고 있는데, 평등과 생태와 평화를 관통하는 것이 무엇인가.
다양한 계급계층의 정치 사회경제적인 권리 요구인 민주주의 문제 아닌가. 그리고 연대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향의 문제라 생각한다. 그리고 가치는 나열되면 안 된다. 분산되면 힘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고, 최악의 경우 내부가 갈라지게 된다. 민주노동당의 ‘자주와 평등’이 정파 패권주의와 맞물려 결국 갈라지는 뼈아픈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권리 요구가 다양해지는데 평등, 생태, 평화, 연대 이외의 다양한 권리 요구는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더 나열할 것인가 아니면 하위개념으로 배치할 것인가. 현재의 4대 가치는 이처럼 다양성과도 충돌한다.
다음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가? 사회주의, 사민주의, 생태주의, 개혁주의 등 근본 방향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간의 경험에 기초해 볼 때 하나로 통일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념적 좌표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존중하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진보신당은 그 최대공약수로 ‘연대’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주의든, 사민주의든, 개혁주의든 사회적 연대를 통해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민주주의 가치와 그 실현을 위한 ‘사회적 연대’가 진보신당의 기본노선이어야 한다.
둘째, 진보정치 재편 5년 이행계획이 필요하다.
진보신당의 제2창당은 내년 2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전체 진보정치세력과 함께 진보정당 제2창당 운동으로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진보정치세력이 복수(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사회당, 초록정치, 노동자계급정당 등)로 존재하는 속에서 2010 지방선거, 2012 대선을 매개로 진보정치세력의 재편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보신당은 향후 진보정치세력 재편을 주도해 나갈 로드맵이 필요하다.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향후 정치상황을 예측해 보면 1단계 진보신당 제2창당(2008년~2009년 2월까지), 2단계 2010 지방선거를 매개로 하는 1차 재편(2009년 2월~2010년 지방선거), 3단계 2012 대선을 매개로 하는 2차 재편(2010 지방선거~2012 대선)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발전 전망을 세워두어야 한다.
내년 2월 진보신당의 실질 창당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첫째로 낡은 진보를 넘어서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반대만 해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안과 비전제시를 통해 ‘생활 속의 진보’를 원하는 다수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낡은 진보의 상징인 패권주의가 다시는 자리 잡지 못하도록 정파실명제(회원공개)를 도입해야 한다. 당내 선거과정에서 정파 소속 여부를 공개하도록 하여 정파 역시 당원의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 노건추와 함께 노동진영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가입하면 되지 왜 따로 하느냐’는 식으로 보는 것은 양적 확대의 시각이다.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로, 그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성과로 바라보고 제2창당 과정에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 이제 과도적인 공동대표제를 마감하고 단일지도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도력이 분명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 소신껏 당원을 설득하고 강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리더십, 진보정치세력 재편을 주도하며 2010 지방선거를 전국적으로 지휘할 대중적인 당의 대표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진보정치세력 재편 과정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 기간 상호 헤게모니 경쟁이 불가피하다. 진보신당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낡은 진보를 극복하지 않는 이상 하나가 되는 것은 어렵다. 정치와 선거의 영역에서 자연스런 공조는 있겠지만 따로 가면서 재편과정에 들어 갈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반이명박 전선’ 논의를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속에서, 민주노총이 정당배제 입장을 거론하고, 결론은 정당 참관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얘기도 있고 복잡하다. 민주당과 거리를 두는 것 같지만 아니다. 그만큼 진보정당과도 거리를 두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2010 지방선거와 관련해 반한나라 선거연합론이 강하게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진보정치세력의 1차 재편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함께 하자는 쪽과 그렇지 않고 독자적으로 하자는 쪽으로. 진보신당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시민정치세력은? 그 선택에 따라 1차 재편의 흐름과 구도가 결정될 것이다.
세 번째,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 조기 가시화가 필요하다.
2010 지방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 진보정치세력의 재편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연히 독자 후보를 낼 것이고, ‘반이명박 전선’ 진영은 앞서 말했듯이 민주당을 포함한 선거연합이냐 아니냐 논쟁으로 많은 시간을 소모할 가능성이 높다. 구도를 단순화시켜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자기 후보를 중심으로 세력을 결집시켜 나가듯이, 진보신당도 당연히 자기 후보를 내고 진보개혁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선거연합 논의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더 많은 동맹군과 연합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 조직간 논의 구도가 아니라 후보 중심 구도로 신속히 판을 짜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여론의 지지를 받고 경쟁력 있는 진보신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조기에 가시화해야 한다. 2009년 2월 제2창당 시점에 당 지도부 선출과 함께 서울시장 후보를 조기에 가시화해, ‘반한나라 비민주 OOO’을 분명히 하고 3자(한나라, 민주당, 진보정당) 구도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진보신당이 원외 소수로 현실 정치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2창당하고 그 다음에 지방선거를 준비하면 너무 늦다. 현재 진보신당이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진보신당이 인물과 논점을 선점해야 한다. 보수정당에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진보신당의 가장 큰 자산인 인물을 앞세워, 진보신당의 에너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서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후보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가치와 사회연대에 동의하는 서울의 모든 세력을 결집시켜 '당선가능후보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레디앙/신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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