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법원경매 ‘반값 아파트’ 속출…거품 붕괴 신호탄

녹색세상 2008. 10. 21. 13:39

 

 

 

 

은행 압류 늘고 추가하락 기대…‘대출’도 막혀

서울 목동 감정가 8억원짜리 4억960만원 공고


최근 법원 경매시장으로 넘어온 주택의 입찰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주택 소유자들이 금융회사에 빌린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 처분되는 집들은 쏟아지는 반면에, 매수세는 실종된 탓이다. 심지어 서울 지역 일부 값비싼 아파트의 최저 입찰가격이 감정가격의 반값 수준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법원 경매시장에서부터 ‘집값거품 붕괴’의 신호탄이 울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 자료를 보면, 서울 양천구 목동과 용인시 등지에서 법원경매에 나온 아파트가 유찰을 거듭하면서 입찰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양천구 목동 ‘ㄱ아파트’ 161㎡의 경우 최초 감정가가 8억원이었으나 세 차례 유찰돼 이달 24일 감정가의 51%인 4억960만원에 4회 차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행원마을 ‘ㅅ아파트’ 211㎡는 이달 30일 감정가(10억원)의 51%선인 5억1200만원에 입찰이 진행된다. 마포구 도화동 ‘ㅎ아파트’ 185㎡ 역시 세 차례 유찰 끝에 이달 말 감정가(8억7천만원)의 절반 수준인 4억4544만원에 4회 차 입찰이 이뤄진다. 법원 경매 물건의 경우 한번 유찰될 때마다 최초 감정가에서 20%씩 입찰 최저가격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비교적 권리관계가 깨끗하고 멀쩡한 아파트가 감정가의 절반으로 떨어질 때까지 낙찰이 안 되는 것은 집값 추가하락에 대한 전망이 우세한데다, 금융시장 경색으로 입찰 희망자들이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9월 중순 이후 은행에 압류돼 법원경매로 넘어오는 집들이 크게 늘어난 게 낙찰가격 하락의 원인이다. 지지옥션이 집계한 9월 중 전국 법원의 주택 경매건수는 936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7496건)보다 25%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전국 법원경매의 주택 낙찰가율은 81.9%로 4월 최고치였던 89.9%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10월 들어서는 20일 현재까지 평균 낙찰가율이 76.8%로 떨어졌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10월에는 경매물건이 더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세의 골이 더 깊어지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특히 9월 낙찰가율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74% 등 전체적으로 ‘버블세븐’ 지역은 73.6%로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는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최근 금융시장의 자금경색과 이에 따른 대출 금리의 상승이 부동산값 하락으로 번지는 모습이 법원경매 현장에서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난 것으로 진단한다. 일반 부동산 거래시장에서는 ‘급매물’에 이어 ‘초급매물’도 팔리지 않는 반면, 경매시장에서는 ‘감정가 대비 64%’인 3회차 입찰가격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버블세븐 지역에선 현재 정상 시세 개념이 사라진 상태로, 시세보다 몇 퍼센트 싸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라며 “경매 물건의 감정가 대비 64%가 사실은 현재 일반 거래시장의 ‘초급매물’ 가격과 비슷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품이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는데 어디까지 얼마나 빠질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