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인간에 의한 나무들의 죽임 현장,
지천으로 피 냄새가 올라와 숨을 쉴 수 없다.
초입에 널브러진 나무들은 뿌리에서 뽑아 올린 물이 물관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나며 쓰러져 있다.
사람으로 치면 피가 아닌가. 그러니까 온통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나무들이다.
아, 이것은 무슨 조화란 말인가?
어떤 나무는 죽어가며 우리들에게 온몸으로 호소하며 우리를 꾸짖고 있다.
피 흘리며 호통을 치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섬짓하다.
그러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당신들 저 위에 벌어진 죽음의 현장을 똑바로 보라면서 우리를 꾸짖는다.
숲 속에 우뚝 서 있는 삭막한 콘크리트 덩어리인 교각.
자연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인간의 탐욕을 상징하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 인간이 한 만큼 응답을 한다.
훼손하고 파괴하면 인간이 살기 어렵고,
보호하고 지키면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을 제공하는 게 자연이다.
그래서 자연은 가장 정직하다.
그러면서 이상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거기에 더해 환청도 들리는 듯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죽음의 냄새와 전기톱날 소리에 잘려 살려 달라는 나무들의 절규였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급히 발길을 돌려 산으로 향한다.
공사가 시작되어서 출입을 금한다는 현수막 뒤로 장비가 열심히 자른 나무들은 정돈하고 있다.
무지막지하게 나무들을 집고, 내동댕이친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굴삭기를 비롯한 각종 장비의 굉음이 지천으로 울려온다.
공사장 터는 엄청 넓다. 공사장에서 산을 살펴본다.
저 멀리 속살을 드러낸 산 등허리가, 베어진 나무들이 드문드문 보인 다.
이런 죽일 놈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농성장에 가까워지자,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온 산 안에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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