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지나 조령을 넘어 낙동강을 을숙도에서 마무리하고 어느덧 영산강도 마무리하고 며칠만 더 걸으면 금강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아무도 주목하는 이 없었고, 어느 언론사에서도 보도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한발 한발 걸으며 사람들이 알기 시작했고, 함께 걷기 시작했고, 하나하나 보도가 되기 시작했다. 이제 번쩍이는 카메라 후레쉬에도 멋쩍지가 않다. 코앞에 들이미는 대형 방송사의 비디오 카메라에도 기죽지 않는다. 걸음이 시작되면 이제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침묵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걷는다.
누군가 뒤로 쳐지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앞으로 보낸다. 함께 탄 배이기에 누구하나 낙오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준비된 점심은 비록 양철냄비에 밥 한 주걱 깔고 다 불어터진 라면 한 사발에 신김치이다. 그리고 중간 중간 지원해주는 분들의 도움으로 과일이 하나씩 덤으로 얻어진다. 다 먹은 그릇은 뜨뜨 미지근한 물을 부어 그릇을 행 궈서 자신이 마시고 휴지로 깨끗이 닦아놔야 한다. 냉장고가 있어 시원한 물이, 시원한 과일이, 얼음 한 조각, 시원한 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생명의 강은 흘러야 하기에 걷는다. 이제는 송진가루가 날려서 눈뜨기도 힘들다. 겨울에는 바람 때문이더니 봄에는 꽃가루 때문이고, 여름이 다가오니 짭짤한 땀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다. 종종 아는 이가 찾아와줘 손이라도 잡아주면 그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편히 앉아서 대화할 곳도 시간도 없지만 마냥 어린아이 친구 만난 듯 좋단다. 옷은 점점 남루해지고 몸은 여기저기 쑤시고 찾아온 벗에게 할 말이야 많겠냐마는 오로지 생명의 강을 지키려는 말 뿐이다. 이명박이 대운하에 대해 뭐라 했더라. 삽질을 시작하겠느냐? 안할 것이다. 목숨 걸고 지킬 것이다.
매일 찾아오는 이는 다르지만 매일 하는 말은 같다. 그뿐인가? 일정도 같다. 아침에 해 뜨면 일어나 밥 먹고 걷고, 쉬다 걷고, 점심 먹고, 걷고, 쉬다 걷고, 4시 30분이면 마감이다. 누군가 지원해주면 숙소로 이동하고 그렇지 않으면 노숙이다. 인터넷? 목욕? 흔하던 것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새로 난 신작로를 놔두고 일부러 옛길을 따라 강을 따라 걷는다. 돌짝밭이 나오면 발바닥이 부르터라 걷고, 흙길이 나오면 먼지를 마셔가며 걷고, 산길이 나오면 없는 길도 헤치고 걷는다. 남녀노소 서로 끌어주며 걷는다. 저 앞에 보이는 깃발을 바라보며 그저 걷는다.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해, 대운하 반대를 위해
4월 29일 화요일 오전 11시 30분, 이웃종교와 함께 드리는 기도회에 나도 모르게 낯이 뜨거워져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여러 날을 걸은 순례단에게 기다림이란 이제 익숙하겠지만, 순례단이 먼저 자리를 깔고 앉아 기도회를 진행할 팀을 기다린다. 그래도 웃으며 맞이하였다. 이원규 시인이 순례단을 소개하고, 이필완 목사가 대표로 인사를 하였다. 송기출 목사가 설교하였고, 녹색연합 대표 김규복 목사가 환영의 말 대신 글을 낭독하였다. 시원하였다.
냉수를 마신 것도 아닌데, 거친 글에 다들 감동을 받고 말았다. 정봉현 농부의 노래가 감동이었다. ‘구월이 오면’, ‘생명의 강’ 두곡으로 종교와 상관없이 기다림에 상관없이 손에 손 잡고 기도회를 통해 하나가 되고 감동을 느꼈다. 순례단은 그저 자신들이 먹던 습관대로 밥을 먹겠다고 한사코 고집을 피웠다. 라면에 신김치에 밥 한 주걱.... 반면 참석자들은 잘 차려진 돼지고기에 떡에 찰밥, 김치 걷저리에 바나나까지.... 진수성찬에 또 한 번 순례단을 향해 낯을 들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례단은 라면국물을 드시러 오시란다. 참으로 후덕한 인심이다. 배부르게 먹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또다시 걷는다. 해가 저산 넘어 갈 때까지 걸을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아마 100일간의 도보순례가 마무리되는 그날이 다되어갈 수록 점점 더 걸으려는 몸의 기운을 느낀다. 생명의 강을 살리려는 자연의 기운과 인간의 기운이 하나 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100일이 넘고 아마 이들은 계속 걸을 것이다. (당당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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