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고용안정’요구하며 천막치자 용역만 들이닥쳐

녹색세상 2008. 9. 18. 16:30
 

천주교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철야농성 돌입


9월말 계약만료로 해고를 앞두고 있는 가톨릭대학부속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의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들이 17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파견업체에서 동원한 용역직원들에 의해 철거되고 말았다.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들이 17일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이 천막농성에 돌입하자 강남성모병원 측은 “협의도 없이 천막을 치는 것은 대화를 포기하는 것이냐”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인사팀의 한 관계자는 이들과 같이 근무했던 정규직 노동자가 천막농성을 도와주자 “이들 파견직의 투쟁에 개입하는 거냐”고 말하기도 했다.

 

  ▲ 천막이 있던 자리에서 노숙으로 첫 번째 철야농성을 보낸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들 (사진:참세상)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밤 11시경, 파견업체에서 고용한 15명 정도의 용역직원들이 들이닥쳐 이들의 천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철야농성을 준비하던 강남성모병원 파견직 노동자들과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간부 등이 저항했지만 10분도 안 돼 천막은 철거되고 말았다. 결국, 이들은 천막이 뜯긴 자리에서 노숙을 하며 철야농성 첫날밤을 맞이했다. 강남성모병원 직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06년 10월 1일부로 파견직으로 전환됐고, 오는 30일 만 2년이 되는 28명의 노동자들은 직고용 대신 계약만료로 인한 해고가 예정되어있다.


이들은 해고를 막기 위해 ‘고용보장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장은 이들의 해고에 대해 “목숨을 다루는 병원의 모든 업무는 업무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정규직이어야 한다”며 “정년퇴임 등으로 정규직이 없어진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용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녀는 “특히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병원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보건의료노조에서 직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2년을 근무한 파견직을 해고해 투쟁이 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이들의 투쟁에 지지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남성모병원은 면담을 통해 파견직 노동자의 해고에 대해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내년 5월 개원을 목표로 1,200병상 규모의 서울성모병원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산하의 가톨릭대학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천주교가 병원 경영과 같은 방식을 통해 얼마나 많은 부를 악랄하게 축적하고 있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예전에 가톨릭중앙의료원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자본가들 뺨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대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병원 내 성당으로 피하자 담당 신부가 서명 날인한 영장을 보여주면서 ‘모두 연행해’라는 경찰지휘관의 말에 모두들 할 말을 잊기도 했다. 종교의 탈을 쓰고 있으면서 생계가 달린 노동자들의 요구에 용역깡패까지 동원하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짓이다. 천주교서울대교구는 ‘가난한자, 약자를 도와주라’는 성서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오갈 데 없는 이랜드노동자들의 간절한 호소마저 외면한 천주교가 자기 직원들을 차 버리는 악랄한 짓도 서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