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미 금융위기’에 국내 실물경제도 타격

녹색세상 2008. 9. 18. 12:42
 

중소기업들, 은행 대출 조여 자금난

이성태 한은 총재 “실물 쪽 위기 시작”


미국발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국내 실물경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미국에서 잇따라 불거진 대형 금융 사고에 놀라, 신용위험 관리를 강화하면서 중견ㆍ중소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자금조달 어려움은 머잖아 생산ㆍ투자 차질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집계한 결과, 지난 8월 중소기업 대출은 전월 대비 1조8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7월의 증가분 5조5천억원보다 3조7천억원이 줄었다. 여기에다 9월 들어서는 수출 관련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 은행들이 보수적인 외환관리에 나서면서 정상적인 무역금융까지 꺼리고 있는데다, 환율변동 위험을 회피하려고 가입했던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의 결제기간이 잇따라 돌아와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AIG본사에 대해 구제금융을 지원한 17일 오후 서울 명동 AIG생명 한국지점 고객상담실에 보험관련 문의를 하려는 가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특히 달러당 1100원대를 웃도는 환율 수준은 수출 관련 중소기업들을 부도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16일 중견기업인 태산엘시디가 키코 거래에 따른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한 것은 한 사례일 뿐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7월 205개사를 상대로 파악한 키코 손실 규모(평가손 포함)가 5814억원에 이르는데, 최근 환율 급등으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파생 금융상품 전문가들은 환율이 1120원일 때 이들 기업의 평가손은 1조3489억원, 환율이 1150원이면 1조6379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키코 가입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빚을 끌어다 환손실을 정산하기에 바쁘다.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 긴급처방을 찾고 있다.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이 18일 모여 미국발 금융위기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의 큰 폭 하락도 경기에 부정적이다. 물가 급등으로 가계의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가운데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집값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주력 수출 품목인 정보기술(IT) 제품수출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0.02% 증가에 그쳐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이 크게 늘어 전체 수출을 늘렸으나, 금융위기 확산으로 세계경제의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선진국 경기에 민감한 정보기술 분야와 자동차 수출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 자리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가 금융 쪽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실물 쪽은 이제 막 시작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영원무궁할 줄 알고 목을 매고 있던 대한민국의 경제 관료들과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지 헤매고 있다. 연이어 부동산 거품이 빠지지 시작하면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수 있다는 것은 경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