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금융위기의 방아쇠는 당겨졌다

녹색세상 2008. 9. 16. 14:14
 

미국발 금융위기, 신자유주의 종말의 서막인가?


방아쇠는 당겨졌다. 총알이 날아가는 일차적인 과녁은 ‘신자유주의’라 이름 붙여진 일련의 경제정책들이다. 이는 단순히 "미국경제의 거품붕괴냐? 금융위기냐?" 하는 경기변동 차원의 논쟁이 아니다. 사람들은 지난 30여 년 전부터 세계를 지배해왔던 경제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의문에 대답할 수 없고, 그 방향을 모른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문제의 시발점은 지난 7일(현지시간) 파산 위기에 몰린 미국의 최대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 맥에 최대 2,000억 달러를 긴급구제하기로 결정하기로 한 그 시점이다. 미국 역사상 사상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조치다. ‘국가’는 경제적 효율성을 위해 윤리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설파하던 이들이 국가 개입을 공식화하고 국가 개입을 통해 경제안정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이다.

 

▲ 158년 역사의 미국 4위 증권사 리만브라더스는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문제는 ‘사상최대’가 아니라 이른바 ‘시장실패’에 미국정부가 전격적으로 개입하고 나선 것이다. 인티그리티 뱅크(Integrity Bank) 등 미국 지방은행의 연이은 파산,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 미국은행 연쇄도산이 이어지는 와중에서 전격적으로 정부개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미국정부로서는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핵심 고리를 방치하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추석연휴 동안이었던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주가가 7년 전 9.11사태 후 최대 폭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는 지난 주 종가보다 무려 504.48 포인트(4.42%) 폭락한 10,917.51로 거래를 마감하여 심리적 방어선이 11,000선이 붕괴된 것이다. 이러한 폭락 장세는 미국정부가 AIG가 요청한 자금지원을 거부하면서 연출됐다. 시장은 이제 그 자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정책 도마에 오르다


결국 이번 패니매와 프레디 맥에 국가 개입은 정책변화의 터닝포인트의 성격을 가진다. 리먼 브라더스, AIG 등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GM 등과 생산업체 역시 파산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3만명 이상 대량실업 발생이 예상되는 위기에 버티고 있을 간 큰 국가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속적이며 끊임없이 국가개입이라는 '유혹'에 빠질 것이다. 자유화, 규제완화, 민영화로 일컫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험대에 올라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갈등과 번민의 원인은 신자유주의라는 ‘선악과’이다. 지난 1980년 ‘예금기관 규제완화 및 통화규제법’ 시행으로부터 이어진 1999년 금산분리 원칙의 재조정 등 지속적으로 자유화,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할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은 9.11이후의 저금리,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 Backed Securities)의 발행 등 금융기법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더 이상 통제불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금융과 실물경제의 불균형,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재정적자를 가진 무역불균형, 부와 소득의 불균형이라는 3중 불균형에 빠져 있는 미국으로서는 그 앞길이 막막할 뿐이다. 물론 ‘국가 개입’이라는 글로벌한 흐름과는 반대로 출총제 완화, 금산분리 등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국민으로 사는 것만큼 막막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레디앙/유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