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한 촛불집회

녹색세상 2008. 9. 8. 16:53
 

9월 첫째 토요일(6일) ‘기륭전자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촛불집회가 수성수 범어동 한라당사 앞에서 열렸다. 1,000일 넘게 삶의 자리를 찾기 위해 온 몸으로 절규하고 있다. ‘죽는 것 말고는 안 해본 싸움이 없다’고 하는 그들의 한 맺힌 소리..... 단식 70일이 넘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자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한라당사 앞에서는 ‘기륭전자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단식이어가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의 요구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삶의 자리를 찾아 예전처럼 ‘노동하고 싶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만든 비정규직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곳곳에서 해고의 칼바람이 불었다. 그것도 등기우편물이 아닌 휴대전화 문자로 ‘그만두라’고 하는 정말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랜드와 새마을호ㆍKTX여승무원들도 장기간에 걸쳐 싸우고 있지만 기륭전자가 가장 오래 된 싸움이다. 이들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여성들에게 얼마나 악독하게 하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농성장에서 3년 여 가까이 보냈으니 집은 엉망이다. 아이들이 농성장에 와서 같이 밥 먹고 숙제하고 집으로 가는 게 다반사가 되고 말았다. 어린 생명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생겼을지 굳이 물을 필요도 없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데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피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 동안 기륭전자는 네비게이션 제조전문업체로 엄청난 수익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일 자리로 가고 싶다’는 너무나도 소박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이놈의 세상이 어떻게 된 것인지 한두 달 단식해서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경부고속전철 터널이 통화하는 천성한 환경 파괴 문제로 지율이라는 한 여승이 단식 100일을 하자 그제야 국무총리 비서관이 대화한답시고 겨우 나섰다. 이젠 사람이 병원에 실려 가도 가만있고, 생명이 위독하고 죽어 나가도 반응 없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어미 돼지나 개가 음식을 먹어야 새끼에게 젖을 준다. 먹은 만큼 새끼에게 간다. 경제 규모 세계 13위라는 국가가 젖이 넘쳐흘러도 새끼에게 젖 조차 물리지 않는 개돼지와 같은 세상이다. 이 땅의 자본가들, 특히 재벌들은 배가 부르다 못해 심각한 비만증에 걸려 있어도 나누어 줄줄 모른다. 쇠고기 등심 열 번 먹는 걸 두세 번만  줄이면 가난한 사람은 된장찌개와 라면으로 끼니는 그르지 않을 수 있는데 그것마저 외면한다.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는다’는 속담은 그야말로 옛말이 되고 말았다. 어쩌다 세상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정불 분통이 터진다. 하루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겨우 0.16명이 태어나는 아주 기형적인 나라에 우린 살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로 대부분이 하나 뿐인 목숨을 스스로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당한다. 적막강산이란 말로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1,000일 넘게 싸우고 있는 기륭전자 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을 통해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이 땅의 900여 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을 돌아본다.

 

겨우 100여 일 촛불을 들어 놓고 지쳐 있는 나를 되돌아본다. 그 꼴 난 석 달 열흘 넘게 싸워 놓고는 힘들어하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나와, 힘들어 하는 ‘운동선수’들은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양한 방법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거리로 나오게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백척간두 난간에 달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참하기 그지없는 현실을 이야기해야 함에도 남들이 ‘귀찮아 살 것’ 같이 아예 입 밖에 꺼내지 조차 않는 비겁한 나를 반성한다. 이대로 가면 ‘상위 5퍼센트’ 말고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임시직 천지인 세상에 우리 자식들이 내몰린다”는 현실을 말하지 않고 잔머리만 굴리며 얄팍하게 처신한 것을 되돌아보면서 책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눈물 없이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고, 그들의 자취를 담은 영상은 눈물이 흘러 그냥 볼 수가 없다. 정규직이라 해도 길어야 10여 년 정도 써 먹고는 차 버리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엿 같은 세상’이 되기까지 내가 동조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그들의 찔림은 나의 허물 때문이요, 기륭전자 여성비정규직노동자들의 상처는 윤희용의 죄악 때문”이라는 삶의 고백이 나와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연봉 4,500~6,000만원 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밥그릇 지키려 몸부림치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외면한 것을 욕 하기 앞서 나는 그들과 같은 짓을, 아니 그 보다 더 악한 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 자.


운동 오래 했답시고 선수들은 나가떨어진 지 이미 오래고,  이명박 정권 이 후 세상에 눈을 뜬 시민들이 끈질기고 다양한 방법으로 싸우고 있는 것은 촛불의 불씨가 남아 있어 계속 헛발질이 쌓이면 횃불로 살아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기간에 걸쳐 싸우다 건강을 잃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다. 육체의 병이야 치교 기간이 짧지만 악랄한 인간들과 싸우면서 얻은 마음의 병이 얼마나 오래갈 지 걱정이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다. ‘이웃을 아픔을 외면하지 말라’는 하느님의 명령이라 감히 고백을 하면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건강이 더 이상 상하지 않기를 기도 한다. ‘약자와 함께 하라’고 하신 하느님의 명령을 따라서.....   참, 이 날 시민 한 분이 ‘모두 고생한다’며 김밥과 물을 갖다 주셔서 고맙게 잘 먹었다. 낡은 오토바이에 짐칸이 있는 것을 보니 어렵게 사는 것 같은데도 정성을 보내 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이래서 세상을 살만한 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