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비정규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거리기도회

녹색세상 2008. 9. 3. 14:20
 

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거리기도회’가 8월 마지막 날(일) 2.28공원에서 열렸다. 각 자 신앙생활을 하는 곳에서 예배를 마치거나, 목사들에게 질려 교회를 떠나 있지만 삶의 현장에서 실천적인 고백을 하는 대구 지역의 ‘믿음의 동지’들이 모였다. 전체 노동자들 중에 비정규직은 900만 명을 육박해 노동자 10명 중 6~7명이 일터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임시직인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이라 해도 고용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몇 년 부려 먹다 물건 버리듯 차 버리는 게 세계경제 규모 12~13위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정말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모르는 그야 말로 악랄하기 그지없는 사회다. 기륭전자는 지금까지 엄청난 흑자를 남겼다. 법원으로부터 ‘복직시키라’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 장기간의 농성으로 뼈만 남아 있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이들은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도 단식을 하고 있다.(사진:참세상)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기륭전자는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합법적인 기업 활동마저 위축시키고 있는 시위대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나왔다. 죽는 것 말고는 안 해본 싸움이 없는 노동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단식투쟁을 선택했다. 사람이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는 것으로 궁지에 몰린 약자들이 선택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단식을 시작한지 무려 70일을 넘어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가도 권력과 자본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다. ‘광우병정국’에 분노한 수십만의 시민들이 경찰의 폭력에 맞서 평화적으로 싸웠건만 광우병에 걸려 죽는 것 보다 더 위험한 ‘평생비정규직’으로 살아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은 도외시 했다. 이랜드노동조합의 김경욱 위원장은 “단전이 되어 촛불을 켜고 산 조합원”들이 생각 나 차마 촛불을 들 수 없었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 취임 후 100여 일도 안 되어 불거 터진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지금까지 묻혀 있었던 국민들의 수  많은 분노가 폭발하긴 했지만 정작 중요한 상위 5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취직해야 하는 현실에 눈 감고 침묵했다.

 

 

엿 같은 이 놈의 세상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들의 잘못은 없었는지’ 되돌아본다. ‘약자의 아픔을 외면하지 마라’는 성서의 말을 잊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집회에 나가 얼굴 드러내는 것만 했지 함께 한 시민들에게 자리를 내 주려는 겸손함은 있기나 했는지 반성을 해 본다. ‘약자의 편에 서라.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라’는 하느님의 명령에 적당한 핑계거리를 대며 넘어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고난 받는 이웃의 아픔을 진짜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살기 힘들어 남한 사회 곳곳에서 피눈물을 흘리다 못해 하루 36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비참한 현실, 출산은 하루 0.16명 밖에 안 되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하나 ‘대책 마련하자’고 하지 않는다. 교회가 나서 이런 일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후원만 해 줘도 좋으련만....


세상과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 있지만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라’고 한 명령을 실천하는 기독자라면 냉철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리기도회가 계속 이어져 한 달에 한 번이나마 ‘이웃의 아픔에 함께 하는 기독인’들이 모여 현실에 대해 기도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모임이 되었으면 한다. 신구교 가리지 않고 모여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함께 할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신의 형편에 맞게 헌금도 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눈물 흘리며 기도회를 했으니 이 또한 ‘하느님의 귀한 선물’이라 고백해도 무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