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편향’과 갈등 심화 증폭
불교계의 반정부 기류의 파고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7일 범불교도대회 이후 한동안 냉각기를 가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정부의 태도에 아무런 변화 조짐이 없자 불심이 다시 들끓고 있다. 8월31일 전국 사찰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규탄 법회’는 전날 서울 조계사에서 삼보스님이 종교차별에 항의하며 할복을 기도한 뒤라서 더욱 격앙된 분위기였다. 말을 아껴왔던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다시 한 번 강도를 높여 종교차별에 강력한 항의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는 전국 사찰 동시법회가 열린 31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불자들이 예불을 드리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약속한 재발방지 입법도 미적 ‘불신감’
대규모 정부규탄 집회 검토 ‘추석이 고비’
불교계의 이런 분위기는 이 대통령이 불교계의 종교편향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무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보 스님(전 상원사 주지)이 할복 직후 주위 사람들에게 “범불교도대회 이튿날 뉴라이트 목사들과 청와대 만찬을 한다는 게 될 소리냐”고 말한 것도 불교계의 이런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인수위원장은 다음 정권의 성격을, 비례대표 1번은 그 당의 성격을 상징해주는데, 인수위원장은 소망교회 권사이고,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은 목사이고, 부시 미국 대통령이 왔을 때는 조용기 목사와 함께 만찬하고, 이번에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왔을 때는 기독교방송 어린이합창단의 찬양을 들으며 만찬을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종교편향이 없다고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이고 어청수 경찰청장의 해임에 대해서도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어 청장 해임 주장의 근거가 ‘종교 편향’이지만, 어 청장을 해임한다면 ‘촛불시위 강경진압’에 대한 책임론까지 겹쳐 마치 ‘촛불 세력’ 요구에 굴복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신 9월부터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종교편향 방지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오는 10일 열릴 예정인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이 대통령이 ‘사과’에 준하는 발언을 할 가능성도 청와대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또 △공직자윤리법에 종교편향 금지 윤리규정 삽입 △불교문화재 유지보수 예산 확대 △사찰 관련 시설 건립을 위한 그린벨트 완화 △템플스테이 지원 확대 등 불심을 달랠 방안들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불교계는 최근 정부가 종교편향 재발방지 입법을 약속해 놓고도 보수 개신교계가 우려를 나타내자 다시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며 정부의 언행에 큰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불교계는 일단 애초 밝힌 대로 추석 때까지는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때까지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정부규탄 집회를 벼르고 있다. 서울에서 전국 승려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한 번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불교계가 이렇게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규탄을 벌이기는 처음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한 속담처럼 종교편향 정책을 저지른 이명박 정부가 불교계가 납득할만한 대책을 내 놓아야만 한다. (한겨레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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