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종교차별, 단순 실수로 보는데 분노

녹색세상 2008. 8. 27. 21:41
 

“모든 세력과 연대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맞설 것”


“이번 회향식은 또 다른 시작입니다.”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는 오후 5시 30분께 상임봉행위원장 원학 스님의 회향사와 함께 마무리됐다. 원학 스님은 “옛날에 하늘이 가물면 임금님이 자신의 소치라 부끄러워하며 기우제까지 지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며 “이미 촛불을 든 30만 명 앞에서 두 번이나 사과를 했음에도 2천만 불교 신도, 1/4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못 숙일 이유는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 불교는 공직사회에 만연한 종교차별이 영원히 사라질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무릎을 꿇고 사죄할 때까지, 눈물을 흘리며 사죄할 때까지, 지역 범불교도 대회 등에서 이 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과 연대해 정부의 잘못된 생각에 강력하게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 ‘헌법파괴ㆍ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가 27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최로 열렸다. (사진:오마이뉴스)

 

앞서 무대에 오른 강홍원 조계종 포교사단 단장도 “우리를 이 뙤약볕으로, 아스팔트 위로 몰아낸 것은 이명박”이라며 “이명박과 어청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불교도대회 폐회 선언’ 뒤 예정에 없이 무대에 오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전국 각지의 여러 불자들이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하나가 돼 동참해 줘 무엇보다 고맙다”며 “여러분들을 대접해드려야 하는데 너무 많아 하지 못한다, 다음에 개개인별로 대접하겠다”며 신도들과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대학생 불교 연합회 등 3000여 시민들은 행사가 끝났음에도 오후 6시가 넘어서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조계사 앞 도로에서 뒤풀이 집회를 벌였다.


“불교 역사 이래 최대 인파 모였다”


범불교도대회에 참석한 승려와 신도들은 30분 만에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으로 회향했다. 이번 대회의 행진에 나선 사람 수가 워낙 많아서 행진 선두가 광화문 사거리에 이르렀을 때도 대다수 신도들은 시청 앞 서울광장에 남아 있을 정도였다. 꼬리에 꼬리를 문 긴 행렬이 이어졌다. 27일 오후 5시 무렵 지방에서 올라온 일부 승려와 신도들이 내려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상황이지만, 경찰 추산 최소 5만 명의 불교도들은 조계사 앞 도로를 빈틈없이 메웠다. 행진 최선두에는 “호법신장 화나셨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하라”, “불자들이 뿔났다 대통령은 사과하라”, “신은 죽었다-21세기 니체” 등이 적힌 500여개의 만장이 들어섰고, 그 뒤로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비롯한 27개 종단 대표 스님들이 천천히 걸어왔다.

 

▲ 27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최로 열린 헌법파괴ㆍ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에서 승려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행진 대열 양옆으로는 “종교차별 공직자를 엄중 문책하라” 등이 적힌 어깨띠를 맨 호법스님과 신도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표 스님들의 경호를 했다. 수많은 불교 신도들은 인도를 따라 스님들과 함께 행진했다. 그중 최영모(60)씨는 “내 평생 이렇게 많은 스님들이 걸어가는 것은 처음 본다”며 “그 동안 스님들이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은 이날을 위해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라고 감탄했다. 그는 이어 “불교만의 색채를 가지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불교도들이 정당한 목소리를 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이명박 대통령도 고집을 꺾고 부처님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봉행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대회에 참석한 승려 수는 총 1만여 명이다. 이중 지방에서 상경한 일부 승려들은 남산 터널 부근에서 막혀 본대회에는 참석조차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오늘 아침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60여 대의 버스를 타고 스님과 신도들이 출발했다”며 “불교역사 이래 최대 인파가 모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승려와 신도들은 이날 오후 조계사 앞에서 회향식을 끝으로 ‘범불교도대회’를 공식 마무리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교통중대 4개를 포함해 총 85개 중대 8925명의 경력을 동원했다. 이중 81개 중대 병력은 범불교도대회 참석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곳곳에 숨겨 두었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정문 앞과 안국동 사거리 등에도 경찰은 약 100여 명의 사복경찰을 배치해 감시를 한다는 비난과 함께 빈축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