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촛불진압 항의 복귀 거부 의경

녹색세상 2008. 7. 25. 19:12
 

진압하다가 헬멧 속에서 울기도 했다.


촛불집회 진압작전에 투입됐던 현역 의경이 24일 오후 4시 촛불집회 때 전의경 폭력과 전경 내부의 억압적 상황 등과 관련해 양심선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이날 양심선언을 하기로 한 현역 의경은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이길준(24) 이경. 23일 촛불집회 관련 2박3일 특별외박을 나온 이 이경은 역설적이게도 촛불집회 막느라 고생했다고 받은 특별외박을 나와 ‘진압의 도구로 이용되고 싶지 않아’ 복귀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앞서 이 이경은 24일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물대포가 등장한 5월31일 경찰은 물대포를 쏠 명분을 얻기 위해 시위대의 선제공격을 기다렸다”며 “지휘관과 선임들은 의경들에게 ‘때려라. 때리는데 보이지 않게 때려라. 요즘에는 다들 카메라가 있으니 엄하게 찍히지 말고 방패를 살짝 들어 정강이를 차라’ 등의 교육을 시켰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시민 머리 내리찍는 경찰 =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도중 경찰버스 위로 올라간 한 시민의 머리를 경찰이 방패로 내리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길준 씨는 이날 양심선언에 앞서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도 “전의경들이 촛불집회에서 무장을 하지 않은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문제”라고 재차 지적했다. 그는 “촛불집회 때 전의경들도 제대로 잠을 재우지도 않고 불규칙한 식사나 적절한 의료조치도 받지 못하는 등 억압적인 환경에 놓여 있었다”며 “전의경들이 행사하는 폭력과 인권탄압뿐만 아니라 전의경들 개개인이 처한 인권침해 상황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입대한 이 이경은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에 배치돼 주로 방범업무를 담당해 왔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후 진압작전에 투입됐고, 특히 경찰의 폭력진압이 심각했던 5월 31일~6월 1일에는 진압작전 최전선에 투입됐다. 이 이경은 “‘보이지 않게 때리라’는 명령에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양심이 하얗게 타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며 “더 이상 도피가 아니라 저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양심선언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기자회견은 취소되긴 했지만 이 이경이 ‘양심선언’을 번복하거나 철회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경은 또한 저녁 8시까지 부대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벌을 감수해야 하지만, 기독교회관에 남아 무기한 농성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며 복귀를 거부했던 강철민 이병이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벌였던 장소이기도 하다.


한홍구 교수(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이 취소된 뒤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이 가능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게 이 이경의 입장” 이라고 설명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금처럼 전의경을 앞장 세워 시민을 탄압하는 것이 계속되면 불행한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전의경들의 인권도 너무나 소중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폭력진압 방식을 포기하고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장기간 폭력에 노출된 전의경들이 제대 후 어떤 정신과 질환을 앓을지 모른다는 것은 의학에 대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월남전에 참전한 사람들이 겪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비롯한 어떤 정신과 질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며, 이는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요 개인에게는 크나큰 비극이 될 수밖에 없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래도 폭력 진압이 없었다고 우길 것인지, 국제 앰네스티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법적인 대응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국제적인 망신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유엔과 유럽연합이 자문기구로 인정할 정도로 국제적인 공신력 있는 인권단체에 대한 사법적인 조치는 국제적인 ‘인권후진국’임을 증명하는 것이란 사실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젊은이들을 권력의 방패로 만들어 양심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