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과잉진압에 손가락 잘려도 “경찰, 전화 한 통 없어”

녹색세상 2008. 7. 25. 19:22
 

부상시민 대부분 “감감 무소식…조사 통보 못 받아”

촛불시위 연행자는 한 달 보름 만에 징역1년6월 선고


촛불시위 연행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반면,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다친 시민들의 고소ㆍ고발사건은 대부분 기초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촛불시위 진압과정에서 다치거나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 수십명은 지난 6월19일과 7월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도움을 받아 어청수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와 현장 지휘관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접수된 사건을 곧바로 서울 종로경찰서 수사과로 넘겨 현재 지능 1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은 한 달여가 지나도록 과잉진압 정황과 증거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사건조차 고소인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 폭력과 관련한 조처는 지난달 1일 여대생 머리를 군홧발로 짓밟은 전경과 지휘관을 내부 징계한 게 전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 40여명에게 조사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협조를 거부당하고 있다”며 “고소인들의 비협조로 시간이 걸릴 뿐 경찰의 수사 의지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백명이 다친 지난달 29일 서울 태평로에서 전경들한테 짓밟혀 팔을 크게 다친 장아무개씨는 24일 “지금도 입원 치료 중인데 경찰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과 대치하다 손가락 끝부분이 잘려나간 조아무개(54)씨와 다친 전경을 치료하다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머리를 다친 정필승(의사)씨도 “지난 2일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1천명을 넘어선 촛불시위 연행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지난 6월8일 쇠파이프를 휘두르다 구속기소 된 이아무개(44)씨는 한 달 보름 만인 지난 18일 1심 재판이 열려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지금까지 폭력,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들은 13명에 이른다. 경찰 폭력 고소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김종웅 민변 변호사는 “통상 고소장을 접수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면 고소인 조사 통보가 오는데, 지금 경찰의 일 처리 속도를 보면 사건을 대충 뭉개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은 검찰이 가해 당사자인 경찰에 사건 수사를 떠넘길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임태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인권법률의료지원팀장은 “경찰이 수사대상이 될 때는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사건 때처럼 검찰이 직접 나서야 한다”며 “경찰의 수사 ‘태업’을 방조한 검사부터 징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