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한국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배경에는 지난 20여년 간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 사람은 그 성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커져가는 깊은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고 2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아시아판에서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시위는 더 깊은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는 제하의 서울발 기사에서 지난 2개월간 이어진 한국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2일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한국 최대 규모의 제조업체 노동자 13만6천명이 파업에 참가함으로써 더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위는 표면적으론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같은 특정 현안을 둘러싼 것이지만 그 근저엔 더 폭넓은 문제, 즉 지난 20년간 진행된 민주화 이후에도 대부분 사람들이 ‘잘될 수 있는(get ahead)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커져가는 분노가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학생과 시민들이 6월 30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열린 비상 시국미사에서 참석하여 미국산쇠고기 장관 고시 반대와 촛불집회에 강경 대응하는 공권력에 반대하며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한국 경제는 그동안 눈부시게 성장을 해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기업들을 탄생시켰으며 금 모으기로 외환위기를 극복해 냈으나 지금은 경제적 분배 문제가 부각돼 있으며 한국인의 빈부 격차는 서구 유럽과 비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 신문은 밝혔다. 상대적 빈곤계층 비율은 2005년에는 15%까지 올라 1990년대 중반 9%에 비해 훨씬 높아졌으며 올해 실시된 메릴랜드대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78%의 한국인들이 몇몇 소수의 이익단체들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문은 또 임금을 덜 받고 보험이나 휴가, 연금이나 훈련 등에서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쉽게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한국 사회의 주요 현안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해 한국인들은 명문 고교나 대학에 들어가 성공의 티켓을 따내기 위한 더욱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부모들은 10대들을 자정까지 잡아두는 학원에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나아가 이 같은 사회적 압력은 잘 사는 계층마저도 시위에 나서게 하고 있다고 밝힌 이 신문은 여러 차례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힌 47세의 한 투자자문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투자자문사는 두 자녀에게 엘리트 계층 진입 기회를 주기 위해 매월 3천달러를 학원에 쏟아 붓고 있으나 문득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집권 초기부터 학교 간 경쟁력 향상을 꾀한다면서 사교육을 지나치게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고 WSJ은 밝혔다. (연합통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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