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촛불 든 종교인들… ‘검찰ㆍ경찰 어쩌란 말이냐?’

녹색세상 2008. 7. 1. 19:23

천주교의 ‘국민존엄과 시국미사’에 이어 기독교의 ‘시국기도회’와 불교의 ‘시국법회’ 등 종교계가 잇따라 ‘촛불 집회’에 동참하고 있어 검찰과 경찰이 대응책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 시위의 폭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시청 앞 광장을 원천봉쇄하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지도부 검거에 나서는 등 강경 노선으로 선회한 당국으로선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검찰은 일단 엄정 대처 방안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날 ‘폭력시위 종지부’ 방침을 밝힌 임채진 총장은 1일 인천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최근 집회는 전문 시위꾼이 주도하는 폭력사태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 기조를 거듭 확인하면서 권력의 시녀인 공안검찰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지난달 30일 집회에 나온 것과 관련해 “검찰이 문제 삼는 것은 불법과 폭력 부분”이라고만 답하고 말을 아꼈다.

 

▲ 6월 30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정의구현사제단 주최로 열린 ‘국민존엄을 선언하고 교만한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마친 사제단과 시민들이 남대문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 경향신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평화적 집회는 발언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최대한 유연하게 대처하되 폭력시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기본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며 “최근 시위 진압이 강경한 것으로 비친 이유는 그만큼 불법시위가 극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으나 광우병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었다. 검찰은 이처럼 대응 원칙이 달라진 게 없고 앞으로도 전술이 크게 바뀔 수 없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종교계의 갑작스런 개입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촛불집회 주최 측에 대한 압수수색 등 잇단 공격적인 경찰 지휘를 통해 주도권을 끌어가려 했지만 종교인이 섞인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마냥 폭력적인 진압과 같은 집행 원칙을 고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비록 종교인들의 참여로 집회가 비폭력적으로 순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촛불집회에 종교계가 가담하면서 그동안 대열에서 이탈되던 일반 시민들이 다시 가세하는 조짐을 보이는 등 끝이 보이던 시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검찰로선 마뜩치 않은 듯한 모습이다.


현장에서 집회에 대응하는 경찰도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종전 시위 양상을 보면 밤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는데 종교인이 끼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일단 불법 가두시위는 엄격하게 차단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광장 전체를 원천봉쇄한다는 전략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며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서울광장에 대한 원천봉쇄 조치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어제는 을지로나 소공로에서 진행방향 차로로만 행진을 했다. 을지로 쪽 도로 점거도 불법이기는 하지만 가능하면 진행방향 차로로만 행진하면 좋겠다”며 태평로 등 주요 도로만 점거하지 않는다면 다소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종로, 태평로, 세종로는 서울 도심의 중심 도로여서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이들 3개 도로에 대한 시위대의 점거를 차단하고 엄정하게 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에 대한 인식조차 없음을 보여주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비 관계자는 “사제단이 서울광장에서 시국 미사를 하는 것은 종교 행사인 만큼 그 자체를 봉쇄할 수는 없다. 향후 다시 원천봉쇄할지 여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지난달 29일처럼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또 “성직자들과 직접 물리적으로 마찰한다는 게 곤란하지 않겠느냐. 해산을 하려면 본의 아니게 충돌해야 하는데 종교인들만 피해 작전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상부에서 강제해산 명령이 내려질 경우의 곤혹스러움을 내비쳤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조차 폭력을 휘두른 경찰이 종교계에 대한 대응에 얼마나 몸을 사리고 있는지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