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촛불 집회, 청와대의 잠 못 이룬 밤

녹색세상 2008. 6. 2. 04:01

 

 

 

5월 31일 밤부터 비상근무에 돌입한 청와대는 10만여 명 이상의 대규모 시민들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와 쇠고기 재협상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직접 겨냥해 몰려오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강행을 발표한 뒤, 청와대 정무·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농수산식품비서관실 등 관련 부서들은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은 31일 밤부터 촛불 시위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 받으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특히 청와대 경호처는 밤새 한 차례 시위대가 경찰의 1차 저지선을 뚫고 올라오자, 청와대로 기습 진입하지 않도록 비상경계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1일 새벽 6시를 전후해 물대포를 동원한 경찰의 강제 해산 시도로 시위대의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삼삼오오 흩어진 시위대가 청와대 바로 앞까지 기습적으로 진입할 가능성 때문에 여전히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


그러나 오전 7시를 넘기면서 서울광장 등 일부에만 시위대가 남아있을 뿐 산발적 도로시위가 잦아들자, ‘큰 파도를 넘겼다’며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일부 비서관들은 시위대의 해산 소식을 듣자마자 ‘눈 좀 붙여야겠다’며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청와대 분수대 앞을 비롯해 청와대 담장을 따라 배치됐던 빨간색 베레모를 쓴 ‘경찰특공대’는 오전 8시 30분을 지나면서 철수한 상태다. 밤새 분수대 앞을 지키고 있던 수백여 명의 전경들도 이날 오전 일찌감치 방문한 관광객들에 밀려 한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 최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오마르 구엘레 지부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매일 보고받는 이 대통령…‘침묵’으로 일관


청와대는 밤새 벌어진 대규모 촛불 시위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종찬 민정수석비서관은 1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촛불 시위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잘라 말했다. 이종찬 수석은 ‘어제 오마이뉴스에서 이미 크게 썼던데, 뭘 또 물어보냐’며 ‘지금 이런저런 얘기하면 또 기사로 크게 쓸 것 아니냐’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이종찬 수석은 이 대통령이 ‘1만 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고 했던 말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쇠고기 대책회의에서 민정수석실이 “어제 촛불집회가 열렸고 1만 명이 참석했다”고 보고하자, “신문만 봐도 나오는 걸 왜 보고하느냐”며 부실한 보고와 대책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바른 보고를 할 비서진이 누가 있는지 정말 의문이다.


이와 관련 이종찬 수석은 “이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에도 매일같이 쇠고기 관련 촛불 시위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며 “귀국해서 특별히 보고 드린 것은 없다. 그에 대해선 아직 별 말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일 새벽에도 대규모 밤샘 시위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청와대를 향한 촛불 시위대의 진입 시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촛불 시위대의 구호와 요구 사항이 쇠고기 수입 반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반대 여론이 다수인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의 다른 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로 확산되자,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대책 마련 고심… 홍준표 ‘국민이 화가 많이 났다’


문제는 갈수록 확대되는 촛불시위를 진화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 대통령은 쇠고기 고시로 들끓고 있는 민심을 잠재울 묘책을 찾기 위해 공식 일정까지 미룬 채 장고에 들어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어제도 촛불 시위 등 쇠고기 고시로 인한 민심 동향을 보고 받았다”며 “주말 동안은 계속 고민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장고 끝에 내놓을 이 대통령의 해결책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선 민심수습을 위한 인적쇄신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적쇄신의 범위와 시기가 관건이다. 여당에서는 인적쇄신의 대상으로 농수산식품부 장관 등 각료 2~3명과 일부 청와대 비서진을 거론하고 있다.


또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분석에 따라 홍보기획비서관을 대통령실장 직속으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정무특보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민정수석실의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인터넷 여론 파악과 시민단체와의 소통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동관 대변인은 ‘아직 가닥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면서 “지금 당장 뭘 내놓기보다는 재보궐선거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권여당의 새 원내사령탑인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밤샘 촛불 시위에 대해 ‘국민들이 화가 많이 났다’고 짧게 평가한 뒤, ‘청와대의 국정쇄신책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쇄신책의 내용과 시기에 대해서는 ‘여당의 몫이 아니라 청와대가 할 일’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예정된 야권의 장외투쟁에 대해 “야당이 거리로 나가기 때문에 여당도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며 “야당 대표와는 수시로 통화를 하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촛불 시위 및 야권의 장외투쟁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한 관계자는 “어제 밤샘 시위가 있었다고 해서) 오늘 당장 해결책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열린우리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하자 노무현이 현직 대통령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당을 강요’한 상황이 다시는 도래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빨리 상황을 정리하고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국민들의 솔직한 바람이니 이명박은 아르헨티나 대통령처럼 망명 비행기 타기 전에 사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