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세대를 뛰어 넘었다.

녹색세상 2008. 5. 10. 16:22
 

“웃다가 우는 10대의 투쟁…유연하면서도 강한 것 배웠다”

 

“그동안 중고교생들에게 참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이렇게 나와 보니, 참 감동적이다. 놀면서도 투쟁할 수 있다는 걸 어린 학생들에게 배웠다. 유연하면서도 강한 방식, 그걸 배우고 돌아간다.”

 

40대인 엄태호 씨는 9일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두 남매와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최고 권력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할 땐 놀라면서도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밤 10시, 학생들과 윤도현의 ‘아리랑’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출 땐 이상하게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진지해야 할 땐 웃음이 나오고, 즐겨야 할 땐 눈물이 나오는 상황. 엄씨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고, 오래할 수 있는 싸움 방식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촛불문화제는 남녀노소가 참여해 다채로운 자기 세대의 문화를 연출하면서 함께 어우러졌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효순-미선의 촛불’과 닮았다. 게다가 광우병에 대한 ‘분노’가 광장에서 표출되면서 기쁨의 장으로 변한 점도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이후를 살펴보면 가장 큰 규모였고 형식도 달랐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9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이전 촛불문화제가 자유발언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1부와 2부를 나눠 절차와 형식을 뒀다. 하지만 역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의 맛은 ‘만민공동회’라고 할 수 있는 자유발언 시간이었다. 자유발언이 시작되면 늘 청계천 광장은 후끈 달아올랐고,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날 자유발언 시간은 3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중앙무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성토하고 있으면, 프레스센터 앞에서는 춤판이 벌어졌다. 그리고 행사장 끝에서 ‘미친 소, 너나 먹어!’라는 구호가 터지면 중앙무대에서는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는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갖고 있어서 자신의 심정을 마음껏 표출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할 수 있도록 세 군데에서 동시에 자유발언 행사를 펼쳤다”고 밝혔다. 이날도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바닥에 떨어진 촛농까지 깨끗이 제거했다. 종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 수위가 좀 높아서 우려스럽긴 하지만, 집회문화만큼은 경찰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