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리고 있는 촛불문화제에서 최고 인기를 끄는 건 바로 중고교생들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무대에 올라 발언하는 이른바 자유발언이다. 자유발언에 나서는 사람들은 시민사회단체의 유명 인사들처럼 정연한 논리의 연설을 못하는데도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8박자 구호’와 같은 투쟁 구호 대신,“미친 소 너나 먹어!” “미친 소를 청와대로!” 등의 자유로운 외침을 선호한다. 또 가수 윤도현이 락으로 리메이크한 ‘아리랑’ 등을 주로 부른다. 그렇다고 시민사회 및 운동단체 관계자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지 않는 건 아니다. 9일 청계천에서 열린 대규모 문화제는 150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 모임으로 등으로 구성된 ‘광우병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 주체로 열린 것이다. 즉, 깃발을 들고 전면에 나서지 않을 뿐 개별적으로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문화제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0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사진: 오마이뉴스)
그러면 집회ㆍ시위를 조직하고 이끄는 데 선수급인 이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자발적으로 분노하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에게 거부감과 부담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안티 이명박이라는 공통된 정서는 갖고 있지만 지지 정당과 정치적 지향성은 각각 다르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전면에 나서면 오히려 반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네티즌들이 먼저 이슈를 제기했고, 촛불문화제도 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개최했기 때문에 굳이 시민사회단체가 나설 필요가 없다.”며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과의 문제를 해결하고, 대언론 창구, 집회 무대나 조명 설치 등에서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식 다함께 운영위원도 “조직되지 않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야말로 우리들이 바라던 일이었다”며 “운동단체가 단체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건 그런 자발성을 최대한 존중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에는 ‘투사’ 대신 ‘놀라운 소녀’들이
또 운동권의 딱딱한 방식 자체가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원인도 있다. 실제로 여중고생이 대규모로 참석했던 지난 3일 청계천 촛불문화제에서 운동단체 다함께 소속의 한 학생이 자유발언에 나섰다가 참석자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당시 그 학생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미 FTA를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와도 관련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3일 청계천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리기 직전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와 광우병국민감시단은 종로 보신각 앞에서 ‘광우병 잡는 날 범국민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약 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청계천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여중고생이 밀집해 있었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는 허탈한 표정으로 “이제 우리는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한 여고생은 “운동권에 계신 분들은 말 잘 하고 논리적인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말을 좀 쉽게 하고 너무 비장한 표정과 몸짓으로 활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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