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광우병, 이제 죽음의 식탁을 차지하다.

녹색세상 2008. 5. 11. 18:22
 

도대체 광우병에 대해 얼마나 알기에 저렇게 거침없이 나올까? 농림수산식품부(농림부) 관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쇠고기 수입 협상 대표였던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은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미국산 쇠고기는 99.9% 안전하다” “뼈 중 위험한 것은 머리뼈와 등뼈다.…갈비뼈는 위험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운천 농림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광우병은 구제역과 달리 전염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광우병과 과학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광우병은 다른 것일까? 물론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이 있다면 ‘지식’의 차이일 뿐이다. 광우병의 위험은 농림부 관료가 아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치 않다. 1985년에 처음 발병한 이래 정체가 많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우주처럼 미지의 영역이다.

 

 


“미국산 광우의 살코기, 안전하지 않다”


광우병이 종간(種間) 장벽을 어떻게 뛰어넘었는지, 인간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이 어떻게 발병하는지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우병이 변형 프리온의 ‘단독 범행’이라는 주장과 정체불명의 유전자나 바이러스 탓이라는 주장이 부딪치고 있다. 30개월령 미만 소도 광우병에 걸린 사례가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의심받는다. 당연히 “SRM만 제거하면 99.9%가 안전하다” “갈비뼈는 안전하다”라는 농림부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전염병이 아니라는 말은 더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게다가 EU나 일본과 달리 미국의 쇠고기 관리는 얼마나 부실한가. 광우병이 의심되는 기립불능 소에 대한 통제도 미흡하고(2006년 2월, 미국 농무부 감사관은 도축장 두 곳에서 기립불능 소 29마리가 식육 처리되었음을 확인했다), 광우병 검역도 도축 소의 1%도 안 될 만큼 부실하며, 광우병의 발병 원인으로 알려진 동물성 사료도 여전히 여물통에 쏟아 붓고 있다. 작은 도살장이 경영 위기에서 탈출하고자 도축 소 전체의 광우병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했을 때, 농무부가 가장 앞장서 말린 곳도 미국이다.


몇 년 전에는 미국산 광우의 살코기도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미국 몬태나 맬로플린연구소 소장인 조지 칼슨 박사는 감염된 동물의 고기를 정상적으로 먹었을 때에는 인간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전혀 없다’는 정부 관리의 말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로스트·스테이크처럼 고기만 잘라내도 뇌와 척추만큼은 아니지만 “질병을 일으킬 정도의 프리온이 포함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에서).


2007년 말 현재,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는 1명. 최근 사망한 20대 미국 여성도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광우병 연구자들에 따르면, 드러나지 않았을 뿐 더 많은 인간광우병 환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의과학자들은 그 근거로 광우병과 유사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환자와 알츠하이머 환자의 급증을 꼽는다. 1979년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환자는 겨우 653명뿐이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2002년 그 수는 놀랍게도 5만8785명이나 되었다. 무려 8902%나 증가한 것이다.


광우병이 처음 발생한 영국에서도 1979년에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환자가 10만명당 1명이었는데, 1999년에는 그 수가 20명으로 늘어났다. 1900%나 증가한 것이다. 대다수 의학자가 진단 기술의 발전과 노령화 탓으로 해석하지만,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저자 콤 켈러허 박사 등은 주범이 인간 음식사슬 안에 있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변형 프리온 같은 전염체일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김상윤 교수(분당서울대병원·뇌신경센터)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알츠하이머와 프리온의 관계를 의심할 만한 연구 결과가 점차 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광우병과 인간광우병. 이 질환은 농림부 관료가 믿는 것처럼 유령이나 착각일 수 있다. 또 과장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광우병으로 영국 등 34개 나라에서 수많은 소가 쓰러지고, 인간광우병으로 5개 나라에서 10여 명이 사망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환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농림부에서는 대책은 안 나오고 비과학적인 말만 흘러나온다. 이같은 정부 대응에 대해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박상표 편집국장은 “광우병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시사 IN 오윤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