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소뼈로 육수 만든다? 그 식당 폐업하려고?
한국 정부의 미국 쇠고기 완전 개방에 대해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문제를 ‘정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다. 그는 또한 국민들에게 ‘실상을 정확히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일부 언론은 ‘교포들도 안심하고 먹는 쇠고기를 두고 왜 난리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 쇠고기를 결코 안심하고 먹지 않으며, 미국인들 가운데 다수는 쇠고기를 입에도 대지 않는다. 물론 쇠고기를 거부감 없이 먹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에서는 원하면 쇠고기를 피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인들에게는 소뼈를 고아먹는 식습관이 있어 미국 소비자보다 위험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렇게 답했다. “미국에서도 소뼈를 우려낸 육수를 수프와 소스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한다.” 그러나 만일 미국 식당이 고객이 원하지 않는데 잡뼈를 끓여 만든 싸구려 양념인 ‘쇠고기 스톡’을 마음대로 집어넣는다면 그 식당은 거액의 소송을 당하고 폐업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몇 년 전 맥도널드는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감자튀김에 쇠고기 추출물로 만든 향신료를 썼다가 엄청난 사회적 비판과 막대한 금액의 소송을 겪어야 했다. 미국의 식당과 식음료업계는 증가하는 채식주의자들과 유대인이나 무슬림처럼 종교상의 이유로 육류를 피하거나 선별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을 위해 엄격한 첨가물 표시 의무를 지닌다. 음식ㆍ라면ㆍ조미료ㆍ과자에 육류 추출물이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는 한국과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게다가 쇠고기에 관한 미국인들의 식습관은 전혀 다르다. 미국인들이 ‘티본 스테이크’를 제외하고 뼈가 붙은 쇠고기를 먹는 일은 거의 없다. 뼈가 붙은 쇠고기를 식료품점에서 사고 싶어도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곳이 미국이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갈비를 사려면 한국ㆍ중국 식료품점에 가야 한다. 미국이 한국에 갈비와 꼬리를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없는 부위를 팔수록 수익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제발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실상을 제대로 알리도록 하자.
▲한국 정부는 쇠고기 협상문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서명이 든 협상 내용은 미국 정부에 의해 이미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왼쪽에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의 서명이 선명하게 보인다.(사진:오마이뉴스)
이명박 정부는 ‘실상을 제대로 알라’고 말하면서도 협상문도 공개하지 않다가 5일에야 공개했다. 그 전에 이미 구글에서 단어 몇 개만 치면 찾을 수 있는 문서를 말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한미 협의문에는 한국 쪽 협상 대표인 민동석과 미국 쪽 엘런 터프스트라의 친필서명이 들어 있으며, 매 페이지마다 두 사람의 영문 이니셜(성과 이름의 첫 글자)도 적혀 있다. 보통 계약서의 이니셜은 각 페이지에서 합의한 내용을 당사자가 숙지하고 확인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내용을 확인해 보면 한국 협상단이 미국의 요구 내용을 제대로 이해나 하고 서명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도 한국 정부가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내용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그러나 합의문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논란거리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도축 전 100일만 미국 내에서 사육하면 수입한 외국소도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나, 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는 ‘육회수공정’ 쇠고기와 분쇄육, 그리고 가공육을 수입하기로 한 것이 그렇다.
‘육회수공정(AMR : Advanced Meat Recovery)’이란 고기를 발라낸 후 뼈에 남아있는 고기조각들을 회전벨트 등을 이용해 갈아내는 것이다. 뼈에 붙은 잔고기를 기계를 이용해 채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뼛조각이 들어갈 위험은 물론, 신경과 골수 조직이 섞일 위험이 매우 높다. 잘게 뜯겨 나오는 이 조각고기들은 소시지나 피자토핑 등 가공육의 재료로 사용되거나 분쇄육에 섞여 팔린다. 학계에서는 육회수공정에서 얻은 ‘고기의 1/3 이상’이 ‘특정위험물질’로 분류되는 중추신경조직에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심지어 미국축산협회조차 소의 목 부위에서 육회수공정으로 얻은 고기 중 절반 이상에서 중추신경조직이 발견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다량의 특정위험물질이 섞여 들어가는 문제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는 육회수공정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인식한 유럽과 일본, 그리고 심지어 캐나다조차 이 방식으로 고기를 채취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이후 학계와 소비자 단체에서 육회수공정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이에 못 이긴 미국 정부는 30개월 이상 소에 대해 이 채취 방식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분쇄육과 육회수공정육에 프리온이 포함될 위험이 높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기도 하다. 피츠버그대학교 의학센터의 달렌 로버식의 논문은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육회수공정에서 얻은 고기는 여러 마리 소의 뼈를 섞어서 처리하기 때문에 오염 위험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국제수역사무국이 금지를 권고하고, 일본과 중국 등도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육회수공정육을 한국은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재협상 불가능? 쇠고기 완전 개방은 ‘재재협상’ 결과
심지어 미국축산협회까지 육회수공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모든 연령의 소에 대해서 이 방식을 자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업체는 이 방식을 전면 중단했다. 미국의 소비자 단체는 모든 소에 대해서 육회수공정을 전면 금지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육회수공정을 거쳐 얻은 위험물질을 ‘고기로 분류해서는 안 된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과 며칠 전 한국의 언론은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은 이번 한 번이 아니었다. 2003년 미국 광우병 발생으로 인해 쇠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되었으나, 한국 정부는 한미무역협정의 ‘선결과제’ 가운데 하나로 2005년 12월 수입 재개 협상을 공식화했다. 그리고는 이듬해 1월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를 수입한다’는 내용의 ‘쇠고기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타결' 직후 뼈 있는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지 않으면 한미무역협정 비준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며 지속적으로 ‘재협상’ 압력을 넣었다.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 판정을 받기 훨씬 전의 일이었다. 한국 정부와 언론에서도 ‘재협상’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2007년 5월 미국의 광우병통제국 판정이 있었지만 이것은 재협상의 원인이 아니라, 재협상을 합리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사용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판정 결과 발표가 있자마자 미국에 재협상을 제안한 한국 정부와 달리, 일본과 중국 등 다른 나라는 기존의 수입 조건을 고수했다. 미국은 쇠고기뿐 아니라 자동차에 대해서도 재협상할 여지가 있음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미국은 이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는 재협상을 한국은 왜 요구하지 못하는가? 이게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복원했다고 주장하는 ‘한미동맹의 실체’인가? 미국은 한국에서 쉽게 얻은 쇠고기 전면 개방을 무기로 일본, 중국, 대만 등의 다른 나라도 ‘한국 수준으로 개방하라’고 압박하고 나설 것이다. 한국 정부의 무지와 무능이 자국 국민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보건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집권 여당은 반대 여론에 놀라 “다른 나라의 협상 결과를 봐서 그 나라 수준으로 개정을 요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태도를 바꾸었다. 우리는 제 나라 정부를 가진 국민들이다. 그런 우리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 정부가 미국과 잘 싸워주기를 응원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한심한 일이지만, 소득이 없지는 않다. 전과 17범을 대통령으로 뽑은 결과치고는 너무 심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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