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삼성특검 공소장에 “삼성화재 횡령돈 구조본에 전달”

녹색세상 2008. 4. 26. 19:23

 

 

 

“증거없다”던 발표와 정면 배치, ‘차명재산 이회장 개인 돈’ 결론에 중대결함


삼성 특별검사팀이 이건희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삼성화재가 횡령한 돈이 삼성 구조조정본부에 전달됐다”고 밝힌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는 지난 17일 특검팀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이 돈이 구조본으로 옮겨진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힌 것과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검팀이 공소장에 밝힌 공소사실을 보면, 1999∼2002년 삼성화재 김아무개 부장은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삼성화재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가입자에게 줄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한 것처럼 조작하고 9억8천만원을 빼돌렸다. 삼성화재는 이 돈을 현금으로 뽑아 삼성 구조본에 전달하거나 임원들의 내기 골프 비용, 월드컵 축구경기 암표 구입 등에 쓴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조준웅 특검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삼성화재 내부 제보자의 진술 외에 횡령 자금이 삼성 구조본에 전달되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조준웅 특별검사가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기자실에서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삼성 계열사에서 분식회계 등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구조본으로 전달됐는지 여부는 이 회장의 횡령 혐의를 가리는 핵심 쟁점이었다. 특검팀은 삼성증권에 개설된 1199개 차명계좌에 보관된 주식과 삼성생명 차명주식 324만주 등 4조5천억원어치의 재산이 회사 돈을 빼돌린 것이 아닌 이병철 선대 회장한테 물려받은 개인 돈이라고 결론 내리면서 횡령이 아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홍라희(62)씨의 미술품 구입 의혹도 무혐의 처리됐다. 하지만 공소장에 나온 것처럼 삼성 계열사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일부라도 구조본에 전달됐다면, “차명재산은 이 회장 개인 돈”이라는 특검 수사결과의 ‘대전제’에 허점이 생기는 것이다. 특검팀은 삼성물산 등 5개 계열사의 회계감사 자료를 확보하고도 “이들 계열사가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 내용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공소장 내용은 제보자의 진술이 업무상 횡령의 사용처에 관해 증거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라며 “애매하긴 하지만 수사결과 발표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수사결과 발표 때는 제보자의 진술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증거 가치가 있다며 공소장에 내용을 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특검 수사 결과의 전제를 통째로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은 수사를 통해 확인한 객관적 사실만 적는 것”이라며 “일단 공소장에 그런 내용이 들어갔다면 범죄 사실로 확인된 것을 적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앞서 경제개혁연대는 과거 삼성생명 지분 소유 내역을 조사한 뒤 “이 회장이 삼성 전·현직 임원 차명계좌로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전부가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시점에 상속받은 것이라는 특검의 결론이 사실과 다르다는 근거를 찾았다”며 검찰의 추가 수사를 요구한 바 있다. (한겨레/김남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