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한국은 인신매매 피해국이자 가해국”

녹색세상 2008. 4. 23. 22:04
 

성ㆍ노동착취 등 세계 피해 해마다 80만명


“인신매매는 마약 다음으로 큰 불법산업입니다. 피해자가 60만~80만 명에 이르고 해마다 9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초국가적 범죄입니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인신매매를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또 주로 성적인 착취만 문제라고 생각을 하지요. 하지만 건설, 농업, 가사노동 분야에서 혹사당하는 노동 착취형 인신매매가 더욱 심각합니다.”

 

  웬치 유 퍼킨스(사진:한겨레신문)


국제 인신매매 척결 운동에 앞장서 온 미국 시민단체 ‘Vital Voices’의 웬치 유 퍼킨스 부회장은 2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라는 단어를 100번도 넘게 입에 올렸다. 유엔이 ‘무력이나 사기, 강압을 이용해 사람을 착취 목적으로 확보하는 행위’로 정의한 인신매매는 ‘현대판 노예제’로도 불린다. ‘노예’의 얼굴은 중동의 일용직 건설 노동자, 서아프리카의 아동 군인, 인도의 어린이 결혼, 동유럽의 우편신부, 동남아시아의 장기적출 피해자 등으로 다양하지만, 자신의 뜻에 반해 착취당한다는 측면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대만계 미국인인 퍼킨스는 검찰과 경찰, 시민사회 관계자들과 인신매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첫 방문했다. 그는 “한국은 특히 인신매매 송출국이자 경유국, 대상국 모두에 해당하는 독특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한국 여성들이 미국에서 성적 착취를 당하고, 섹스 관광에 나선 한국인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미성년자 성매매를 일삼는가 하면,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여성들은 한국에서 착취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유엔 인신매매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며 “그나마 2004년 성매매방지 특별법 제정은 긍정적인 정책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 종합적인 관점에서 초국가적 협력에 임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흔히들 직접적인 성관계(삽입여부)를 하지만 않으면 성매매가 아니라고 하는 남성들이 많으나 성을 매개로 한 모든 행위가 성매매란 것을 알아야 한다. 돈으로 성을 사는 것은 돈이란 도구를 갖고 성폭력을 하는 것이란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직 발로 들어와 좋아서 하니 직업이다’고 하지만 직업이란 선택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는 게 직업이다. 성매매는 주위에 얽힌 온갖 착취 구조로 인해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빠져 나올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가장 악랄한 구조적인 착취가 행해지는 곳이다. 성매매피해 여성들은 월남전에 참전한 사람들 보다 더 심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앓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대인기피증 같은 병은 병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온갖 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